이란 권력 '균형추' 라리자니·민병대 수장 사망…군부 영향력 확대 가능성

  • 바시즈 수장도 동시 사망…"중재자 부재에 강경파 부상 가능성"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권력 핵심 인물 알리 라리자니가 사망하면서 군 강경파와 정치권을 잇던 '균형추'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시즈 민병대 수장까지 동시에 제거되며 이란 권력 구조가 군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강경 노선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알리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같은 날 바시즈 민병대 수장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도 사망했다. 이는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전날 성명을 통해 "어젯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1958년생인 라리자니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의장을 지냈고 4개 부처 장관을 역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관 출신으로, 군과 정치 전반에 걸쳐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라리자니는 군 강경파와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세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온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신임을 바탕으로 안보·외교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으며, 전쟁 초기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정부 및 군 수뇌부가 대거 사망한 이후에는 사실상 국가 운영을 주도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 대응과 대외 군사 전략을 동시에 총괄하는 등 권한이 더욱 확대됐고,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는 국가 안보와 대외 협상 전반을 이끄는 역할도 맡았다. 이러한 점에서 라리자니는 강경 일변도로 흐르던 체제 내에서 일정 부분 균형추 역할을 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하테프 살레히 이란 출신 정치분석가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 라리자니에 대해 "이란 군부와 정치 지도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능한 중재자였다"며 "이처럼 중대하고 위험한 시기에 라리자니의 부재는 외교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종전을 위한 저비용의 정치적 해법을 찾을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공백이 향후 더 강경한 인물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라리자니는 비교적 실용적이며 안보와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물이었다"며 "그의 사망 이후 더 강경한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라리자니와 함께 사망이 확인된 솔레이마니는 강경 노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9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의해 바시즈 민병대 수장으로 임명됐으며, 재임 기간 동안 2019년 시위를 포함한 반정부 시위 진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바시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조직으로 내부 치안 유지와 반정부 활동 억제, 민간 동원 등을 담당하는 준군사 조직이다.

특히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추진해온 '지도부 제거'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부터 이란 정권 핵심 인사와 내부 통제 조직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체제 운영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실제로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등 내부 치안 조직의 지휘부와 거점이 잇따라 공격을 받으면서, 지도부가 표적이 되는 것을 우려해 활동과 의사소통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서 이란 문제를 오래 담당했던 시마 샤인은 WSJ에 "누적 효과가 있다. 많은 인물들이 이미 제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요 기관 수장들이 잇따라 제거되면서 지도부가 공개 활동과 통신을 줄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가 의사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군과 정치 양 축을 대표하던 인물들이 동시에 사망하면서 이란 권력 구조의 균형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군부와 강경파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연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소속 이란 안보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NYT에 "이는 체제가 한층 더 군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쟁 이후 엘리트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라리자니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이라며 “이제 모든 것이 군부 엘리트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지, 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상대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란 당국은 내부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테헤란 당국은 연례 불꽃 축제인 차하르샨베 수리를 앞두고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며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강경 처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전쟁 국면 속 체제 안정과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 수장은 "공공 안보를 위협하려는 모든 세력에 경고한다"며 "행동에 나설 경우 단호한 법적 조치를 받게 될 것이며 어떠한 관용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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