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1년①] 日, '5500억 달러 대미 투자'로 미일동맹 공고화

  • 美 본토 에너지 인프라 투자… SMR은 '10년 공백 메우기'

  • 中 견제 위해 사수하는 미일동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 국가별 상호관세 세율이 빽빽하게 적힌 패널을 손에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갈취를 당했다"며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관세를 통해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안보를 지키겠다는 이 파격적인 구상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통상 환경을 비롯한 세계 정세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24%의 상호관세와 25%의 자동차 추가관세를 부과했으나, 이후 일본은 미국과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에 전격 합의하면서 관세를 모두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29년까지 총 5500억 달러(약 830조 원)를 미국 본토에 쏟아붓기로 한 이 거대 프로젝트 덕분에 그나마 일본 경제는 고관세 공세를 잘 버텨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등 수송용 기기가 14.3%나 감소하며 수출 실적 하락을 주도했으나, 투자 합의를 통한 관세율 방어로 전체 감소 폭을 한 자릿수(-7.6%)로 묶어두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한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무역 적자를 정말 해소시켰을까?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액은 1조 2408억 달러로 오히려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관세 수입이 전년 대비 3배인 2640억 달러로 급증했으나, 이 비용의 약 90%를 수출국이 아닌 미국 내 수입 기업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상호관세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약 166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환급 명령까지 내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후 일본 정부 내에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겠다"며 신중론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곧바로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투자 합의가 아닌 '경제안보상의 중요 분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전략적 틀로 정의하며 대오를 정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대미 투자는 일본에도 이익이기 때문에, 위법 판결이 나와도 계속할 것"이라고 상황을 단호하게 정리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트럼프 관세를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닌, 미국의 핵심 기술 생태계에 깊숙이 침투해 미국 산업 부활의 '필수 파트너'라는 구조적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기회라는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윌리엄 추 선임연구원은 5500억 달러 규모의 합의가 "양국의 미래 경제 안보와 산업 재생, 그리고 기술 리더십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구상은 구체적인 단계별 투자로 실행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1단계 투자는 오하이오주의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과 텍사스주의 원유 수출 인프라 정비 등 에너지 근간에 집중했고, 3월에는 테네시와 알라바마주에 GE-히타치 베르노바의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건설하는 2단계 투자 계획을 확정 지으며 미국 공급망 내부로의 침투를 본격화했다.

이 같은 일본의 공격적인 '공급망 선점'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모리 사토루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14%에서 현재 4%로 급락한 반면, 미국은 26%를 수성 중이라며 '체급 차이'를 지적했다. 모리 교수는 탈(脫)가치적 성향의 트럼프를 상대로 민주주의나 동맹이라는 가치 공유를 호소하는 감성 외교는 한계가 있으며, 대신 미국이 갈망하는 에너지 인프라와 차세대 기술을 본토에 직접 심어 '일본 투자 없이는 미국 부활도 없다'는 구조적 상호의존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일본 정부가 취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대미 투자 2단계 사업의 핵심인 SMR 기술 협력은 일본의 원전 기술력을 미국의 설계 기술과 결합해 단숨에 끌어올리려는 실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 전문가인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의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불안을 원전 가동에 완강하게 반대하던 일본 내 여론을 잠재우는 결정적 명분으로 활용하면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멈춰 섰던 지난 10여 년간의 기술적 공백을 단숨에 메우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일본의 파격적인 대미 투자 기저에는 경제적 손익계산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는, '숙명적 안보 핸디캡'이 국가의 명운과 함께 뿌리 깊게 도사리고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의 93%가 중국을 '위협'으로 느끼고 있으며, 미일 동맹이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되고 있다는 응답이 7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팽창을 마주하고 있는 일본에 있어 미일 동맹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닌 국가 존립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며, 이는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관세 압박 속에서도 기꺼이 협력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모리 교수는 일본이 미국 경제의 핵심 파트너로 각인되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을 배제한 채 중국과 독자적인 '빅딜'에 나설 위험성을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투자를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 투자'로 정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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