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한국·일본 겨냥…호르무즈 압박, 안보 청구서로 번지나

  • 호르무즈 재개방 지원론 꺼내며 동맹 기여 압박

  • 주한미군 4만5000명 언급…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

  • 중동전 불만, 방위비·통상 협상 청구서로 번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겨냥했다. 이란 전쟁 국면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주둔 문제까지 끌어와 동맹 압박에 나섰다. 중동전 대응을 계기로 동맹에 대한 거래적 인식이 다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종이 호랑이”라고 비판한 뒤 “누가 또 우리를 돕지 않았는지 아느냐.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호주도 차례로 거론하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움직이는데 동맹국들은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는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을 두고 “우리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김정은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기준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이다. 실제보다 많은 숫자를 다시 꺼내 들며 미국의 안보 제공을 일방적 부담처럼 부각한 셈이다.
 
이번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호르무즈를 지켜야 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그곳 원유에 의존하는 나라들”이라며 한국과 일본, 유럽 동맹을 향해 불만을 드러냈다. 닷새 만에 같은 논리를 더 직접적으로 반복한 것이다.
 
문제는 이 발언이 단순한 공개 비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이란이 미국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8일 밤까지 전력시설과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을 향한 불만도 함께 제기한 만큼 중동전 지원 논란이 방위비와 무역, 에너지 안보 협상 전반의 청구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일단 군사 지원보다 에너지 수급 안정에 맞춰져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호르무즈 봉쇄 속 중동산 원유 도입과 관련해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강훈식 비서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내 원유와 나프타 장기 확보에 나섰고, 정부는 4~5월 인도분 기준 17개국에서 1억1000만배럴의 대체 원유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계약한 2400만배럴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물량도 이미 도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 통과를 국제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있으며, 비축유 활용과 홍해 우회 항로 검토도 병행 중이다. 대통령실은 앞서 이란에 통행료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매우 잘 지낸다”고도 말했다. 또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김정은이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핵 보유 차단의 당위성을 다시 강조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향한 안보 압박 수위도 함께 끌어올린 셈이다.
 
외교안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지 않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다시 협상 카드로 계산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며 “호르무즈 문제를 계기로 방위비와 통상 요구가 한 묶음으로 제기될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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