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비스를 업무에 사용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더 많이 쓰는 곳이 있다. 개인적인 심리상담부터 친구, 가족과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AI의 판단을 묻거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고 사주를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명리학을 꼼꼼하게 공부한 AI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한때 유행하던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를 지나 이제 다시 '사주'의 시대가 왔다.
예전엔 사람을 설명할 때 네 글자면 충분했다. ENFP, ISTJ 같은 알파벳 몇 개로 성격을 정리하던 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성격을 넘어 인생의 흐름까지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다시 사주다.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철학관 대신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사주 명리학을 학습시킨 AI는 365일 언제 어디서나 사주 볼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12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선보인 AI 사주 플랫폼 ‘플롯’에 운세 리포트가 약 18만건 생성됐다.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이다.
철학관 대신 AI를 선택한 이들은 대부분 2030세대였다. 전체 이용자 중 약 60%를 차지했다. 나머지 세대는 40%를 사이 좋게 나눴다. AI에 익숙한 세대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녀 가운데 누가 더 AI 사주를 많이 이용할까. 오프라인 철학관에서는 여성 이용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AI 사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전체 이용자 중 여성 비율이 약 60%, 남성은 40% 수준으로 집계되며 여성 이용자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용 방식도 흥미롭다. 과거에는 하루를 시작하며 운세를 확인했다면 지금은 하루를 끝내는 시간에 사주를 본다. 실제로 이용은 일요일부터 화요일 사이 그리고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가장 집중된다. 하루를 살아낸 뒤 선택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지금 선택한 게 맞는지에 대해서다.
그래서일까. 가장 많이 조회되는 운세 역시 애정운과 취업운이다. 연애와 관계, 커리어처럼 당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질문 형태도 달라졌다. 단순한 운세가 아니라 '합격 가능성' '이직 시기' '관계의 흐름'처럼 구체적인 선택과 연결된 내용이 많다. 사주가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 자료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접근성 역시 변화를 만들었다. 과거 철학관은 시간을 내야 했고 비용도 필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질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사주 프롬프트’도 공유한다. 어떻게 질문해야 더 잘 맞는 답이 나오는지, 일종의 놀이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플롯에 직접 사주를 입력해봤다. 1999년 6월 2일 오후 7시 30분. “내 사주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몇 초 뒤 돌아온 문장은 생각보다 구체적이었다. 겉으로는 유연하지만 내면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강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에너지로 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모두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몇 표현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평소 스스로 설명하기 모호했던 부분을 대신 정리해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 지금 상태를 풀어주는 문장에 가까웠다.
이 지점에서 AI 사주의 역할이 드러난다. 과거 사주가 미래를 점치는 행위였다면 지금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플롯 역시 명리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석 구조를 설계해 단순한 문장 생성이 아닌 일관된 리포트를 제공하고 궁합이나 테마형 분석, 다중 이용 기능 등을 통해 사주를 하나의 콘텐츠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세대가 사주를 찾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명확한 정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스스로를 이해하고 현재의 선택을 해석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MBTI가 성격을 분류하는 도구였다면 사주는 개인의 흐름과 맥락을 보다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가깝다.
AI 사주는 단순한 흥미 요소를 넘어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자기 이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주 시장 역시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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