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조커인가, 에이스인가 …트럼프라는 기묘한 패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2주간 휴전과 함께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J. D. 밴스 부통령 및 특사와 이란의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및 외교부 장관 등이 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의 15개항에 이란은 10개항을 역제안한 상태다. 스위스 노이에 취리히 신문(NZZ) 등 유럽 고급지들은 핵심 쟁점이 “이란 핵 프로그램 종결”과 “호르무스 해협 개방” 등이라고 평가한다. 이란은 또 레바논 휴전, 중동 지역에서 미군 철수, 동결 자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2주간 휴전에 대해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소리치고 있지만 선택지가 많은 것은 아니다. 아직 이란 저항이 만만치 않고, 유가 폭등으로 경제 압력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호르무스 해협 문제가 명확해질 필요가 없고, 유가 상승이 불리하지 않다. 트럼프는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미군을 중동에 남겨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일 언어로 이란을 공격하는데 “‘상당한 약화된 적’을 파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란 전쟁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NZZ, FAZ 등 유럽 고급지들은 3개 시나리오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당사자들 간 종전 합의이다.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이어 전쟁이 지지부진한 정체된 상태로 지속되는 것이다. ‘제2 우크라이나화’를 말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은 중국·러시아가 지원하는 대리전 형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가 나타날 가능성이다. 미국은 약화되고 다극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7년 중국은 대만을,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를 침공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세계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란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완화하면서 전쟁 발발 후 12일간 벌어들인 석유 수입만 19억 달러(약 2조8500억원)에 이른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러시아는 현금을 챙기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란 전쟁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가?
‘반(反)트럼프’로 정리되었다. 먼저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가 총대를 메고 나왔다. 그는 이란 전쟁에 대한 자신의 반대 입장을 “어떤 소음이 나든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의 도움 요청에 “우리 전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마저 “수백만 명의 시민들 운명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거리를 두었다. 이 같은 유럽 지도자들의 움직임에 트럼프의 뒤끝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그는 NATO 동맹국들을 “겁쟁이”라고 부르며 내건 엄포는 ‘나토 무용론과 미국의 탈퇴’이다. 이어 유럽에 주둔한 미군 병력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마르코 뤼터 NATO 사무총장이 지난 수요일에 트럼프를 만났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기사에서 “불우한 NATO 회원국에 대한 미국의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약 8만4000명의 미군이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에 주둔하고 있다. 미군 병력이 이동할 국가로는 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그리스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란 전쟁 동안 스페인 총리와 독일 총리가 트럼프를 화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또 유럽 지도자들에게 사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때 친했던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그의 아내에게 맞는다”고 미국 기독교 지도자들과 가까운 동료들이 함께한 부활절 점심 식사에서 발언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비난은 전형적으로 불만과 악의, 조악함이 풍부하게 섞여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은 “트럼프 말이 계속 바뀐다”면서 “어쩌면 매일 말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조롱했다.

유럽에서는 “트럼프를 달래는 것이 끝났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들에게 모욕, 허위, 욕설, 위협 및 악의적 표현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경쟁자들에게 보인 '광인 이론' 전략의 변형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2.0이 보여준 동맹국에 대한 관세 폭탄, 그린란드를 미국에 양도하도록 요구하는 뻔뻔함,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및 이란 전쟁 등이 유럽 동맹국과 협의 없이 진행되었다. 유럽인들은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하고 복수심에 차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라고 평가할 정도다.

일각에서 이란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가 인도·태평양 안보에 관심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쟁 발발 한 달이 넘었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진핑의 ‘침묵’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이란 전쟁이 미국의 쇠퇴를 부추길 것으로 판단하고 관망한다”면서 “중국이 ‘적이 실수할 땐 절대 방해하지 마라’는 나폴레옹의 격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평화회담을 촉구해 중국이 ‘평화 중재자’로 비치고 있다. 그는 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도 만났다. 5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종의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미군이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는 ‘5부제 차량 운영’과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에너지·석유화학·반도체 등 거시 경제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취약성이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인 0.4%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반대로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상향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유럽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란 전쟁도 손을 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의 기술자’인 그가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다. 또 다른 큰 거래를 동북아에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에서 생산적인 업적을 이끌어내고 노벨평화상까지 노릴 수 있다. 우리가 트럼프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포기할 단계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신라 왕관을 선물해 칭찬과 화려함으로 관세 문제를 달랬듯이, 한반도에서 생산적인 일인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도록 우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 변덕스럽지만 트럼프 대통령만큼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없다.

불확실성과 다극화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한 리더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외교와 대북 인식에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노력해도 북의 반응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현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통일론의 첫 단계인 ‘남북연합’을 대북정책 기조로 발표할 것”을 주문했다. 독일 통일의 씨앗을 뿌린 비전의 정치인 빌리 브란트 총리에게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동방정책'을 제시해 사회주의 맹주국 소련, 이웃 나라 폴란드, 그리고 구동독과 정상회담 및 기본조약을 체결했다. 구동독을 에워싸는 전략이었다. 우리가 나서 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원하는 트럼프와 이 대통령이 친밀하게 북·미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다. 브란트 총리가 에곤 바 장관을 특사를 활용했듯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 김정은도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추구한 남북평화’를 이어갈 때다. 상대를 위협해 내부결속을 다지는 부정적 상호작용이 한반도 장(field)을 지배하는 것에 벗어나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의장이 말하는 ‘정전에서 평화체제 구축’이다. 윤종일 신부는 “양극단이 충돌하는 시기에 현상학적 방법론인 ‘에포케’(판단중지), 즉 기존 선입관·가치관을 괄호 치기하고 새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남북 지도자들이 새 철학을 세우고 접근할 때”라고 지적한다. 조건 없이 남북 지도자들이 만나는 ‘접근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남북 인민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김택환 원장(미래전환정책연구원)
국가비전전략가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미중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 미래>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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