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이재명 대통령의 호르무즈 외교, 국익 중심의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다. 이란이 레바논 휴전을 이유로 상선 통행을 일시 허용하면서 막혀 있던 글로벌 에너지 동맥이 숨통을 틔웠다. 동시에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국제 화상 정상회의가 열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여기에 참여한다.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이해가 걸린 현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다. 중동산 원유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지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원유와 가스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호르무즈가 흔들리면 곧바로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물가, 환율, 생산 비용이 동시에 움직인다.

호르무즈해협사진로이터
호르무즈해협[사진=로이터]


이번 조치는 ‘완전한 정상화’가 아니다. 조건부 허용이다. 이란이 제시한 ‘조정된 경로’를 따라야 하고, 통행 허용 역시 휴전 기간에 한정된다. 언제든 다시 제한될 수 있는 구조다. 즉, 리스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완화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외교의 본질이 드러난다. 한국은 이해당사자다. 그러나 결정권자는 아니다. 해협을 통제하는 것은 이란이고, 군사적 영향력은 미국과 유럽이 쥐고 있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위치다. 감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격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항행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다국적 협력 구상이 논의되지만, 실제로는 군사적 존재감 확대와 해상 통제력 확보가 결합된 구조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미국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방식이다. 유럽 중심의 안보 개입 실험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국의 선택은 단순하지 않다. 참여는 필요하지만, 방식이 중요하다. 군사적 개입 수준으로 확대되는 순간, 중동 내 이해관계가 얽히게 된다. 반대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 에너지 안보에서 배제될 수 있다. 균형이 아니라 정교한 선 긋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익의 기준은 분명하다.
첫째, 에너지 수송의 안정성이다. 한국 경제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해협 통행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외교적 참여도 이 목표에 맞춰야 한다.

둘째, 해운과 선원의 안전이다. 한국 선박은 이미 홍해와 호르무즈에서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단순한 항로 확보를 넘어, 실제 운항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외교와 군사, 보험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가능한 영역이다.

셋째, 비용 관리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운임, 보험료, 연료비가 동시에 오른다. 이는 곧 산업 경쟁력의 문제다. 정부는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지점도 명확하다. 원칙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협력 구조다. 예를 들어, 항로 안전 확보를 위한 정보 공유 체계, 위험 발생 시 공동 대응 매뉴얼, 해상 보험 지원 등 구체적 장치가 필요하다. 선언적 합의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군사 개입의 범위’다. 영국과 프랑스는 방어적 임무를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이 부분에서 명확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 에너지 수송 보호를 위한 제한적 참여와, 군사 충돌 개입은 구분해야 한다.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해협을 실제로 통제하는 주체는 이란이다. 일방적 편승 외교는 장기적으로 불리하다.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중재적 역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외교 자산은 선택이 아니라 연결에 있다.


이번 사안은 단기 대응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변화다. 중동 리스크는 반복된다. 호르무즈가 안정돼도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응 역시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첫째, 에너지 조달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동 중심 구조는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 둘째, 비축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해상 물류 대응 체계를 상시화해야 한다. 위기 때마다 임시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번 외교의 평가 기준은 단순하다. 한국 경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다.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 확대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외교는 성과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참여는 기회이자 시험이다. 한국이 단순한 참여국이 아니라, 이해를 관철하는 국가로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원칙은 분명해야 하고, 선택은 냉정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렸지만, 리스크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대비다. 국익은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계산과 실행으로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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