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AI 도입만으로는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AI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그 과실은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으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도구의 양이 아닌 '무엇에 AI를 겨냥하느냐'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28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의 AI 성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91억 달러(약 12조원) 이상 매출 기업의 임원 1217명을 대상으로, 25개 산업 섹터에 걸쳐 실시한 조사에서 AI 경제적 가치의 74%를 상위 20% 기업이 독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조사 대상 기업 임원들이 자사의 AI 기반 매출 증가·비용 절감 효과를 자기 보고 방식으로 응답한 결과를 합산한 것이다. PwC는 60개 경영 관행 지표로 구성된 자체 'AI 피트니스 인덱스'로 기업들을 평가하고, 상위 20%와 나머지 기업의 성과 격차를 분석했다.
격차의 원인은 AI 활용 빈도가 아닌 '기반의 질'에 있었다. AI 도입 기업 대다수가 파일럿 프로젝트는 넘치지만 측정 가능한 재무 성과는 없는 이른바 '파일럿 함정'에 빠져 있다고 PwC는 진단했다. 실제로 비용 절감과 매출 증가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응답한 최고경영자(CEO)는 전체의 12%에 불과했으며, CEO들의 AI 기반 매출 전망 신뢰도는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wC는 이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 탄탄한 AI 기반 여부를 꼽았다. 기반이 갖춰진 기업이 AI 활용을 확대할 경우, 기반이 취약한 기업보다 성과 개선 폭이 2배 더 크게 나타났다. AI를 많이 쓰는 것보다 먼저 기반을 다지는 것이 선행 조건이라는 역설이다.
◆'비용 절감'이 아닌 '신사업'에 AI를 겨냥한 기업이 이겼다
AI 성과 상위 기업과 나머지 기업을 가른 가장 결정적 차이는 AI의 활용 목적이었다. 선두 기업은 AI를 인력 감축·업무 자동화 등 비용 절감 수단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신사업 발굴과 비즈니스 모델 재창조 엔진으로 활용했다.
조사 결과 AI 피트니스 선두 기업은 나머지 기업 대비 AI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재창조 가능성이 2.6배 높았다. PwC는 AI 재무 성과에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단일 요인으로 '산업 간 경계 붕괴(컨버전스) 기회 포착'을 꼽았다. 선두 기업들은 타 기업 대비 2~3배 높은 비율로 다른 산업 기업과의 협력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대표 사례로 미국 농기계 기업 존 디어가 제시됐다. 존 디어는 AI 기반 정밀 제초 시스템 '씨 앤 스프레이'를 개발, 2024년 기준 100만 에이커 이상에 적용해 제초제 사용량을 평균 59% 줄였다. 동시에 기존 하드웨어 판매 방식에서 성과 연동형 서비스 구독 모델로 사업 구조를 전환했다. AI가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수익 모델 자체를 바꾼 사례다.
윈덤호텔도 유사한 성과를 보였다. 브랜드 기준 검토 업무에 AI를 도입한 결과 소요 시간이 94% 단축됐으며, AI는 기존 인력 대비 20배 빠른 처리 속도를 기록했다. 건당 40~80시간의 절감 효과가 나타나 효율화를 넘어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의사결정 자동화가 핵심 변수…선두 기업도 '완전 자율'은 15%뿐
AI 피트니스 선두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AI를 전사적 가치 사슬에 확산시키고, 의사결정 자체를 AI에 위임하는 속도다. 선두 기업은 인간 개입 없는 자율적 의사결정 비중을 경쟁사보다 2.8배 빠르게 높이고 있었다.
다만 완전 자율 운영 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선두 그룹 내에서도 15%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대부분 인간-AI 협업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AI로 인한 인력 5% 이상 감축을 예상하는 기업이 48%인 반면, 인력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도 49%에 달해 엇비슷하게 나뉘었다.
AI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선두 기업과 나머지 기업의 차이가 확인됐다. AI 투자 규모는 선두 기업이 매출 대비 나머지 기업의 2.5배에 달했으며, 재사용 가능한 AI 컴포넌트 구축 가능성은 2.4배, 책임 AI 프레임워크 보유 가능성은 1.7배, 거버넌스 보드 운영 가능성은 1.5배 높았다. 거버넌스가 AI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이번 조사의 핵심 발견 중 하나다.
PwC는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의 AI 역량을 진단하는 개념으로 'AI 피트니스'를 공식화했다. 60개 경영 관행 지표로 측정되는 이 지수에서 국가별 순위도 별도로 공개됐는데, 중국 본토가 1위, 홍콩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순위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 현황과 비교하면 격차는 선명하다. 국내 최고정보책임자(CIO) 대상 조사에서 생성형 AI를 전사 또는 일부 부서에서 활용 중이라는 응답이 53.9%로 절반을 넘었지만, 이를 비즈니스 모델 재창조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AI 파일럿 함정'이 국내 기업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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