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기술에 의존해온 고속철도 신호 체계를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본격화한다.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 절감이 기대되는 가운데 국가철도공단이 차상 신호장치 개조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기로 하면서 기술 자립과 표준화 작업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28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이달 중 호남고속선(오송~익산~광주송정) 3개 구간의 시공 발주를 추진한다. 아울러 고속철도와 일반철도가 교차하는 경부선 서울~광명 및 대구 도심 구간 등에 대한 설계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대전 및 대구 도심구간과 KTX(SRT)가 주로 운행하는 건천연결선∼포항 구간에 대한 설계 역시 같은 달 진행된다.
오는 8월 수서고속선(수서~지제) 발주까지 완료되면 주요 고속철도 노선의 신호체계 국산화 작업은 사실상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공단은 이를 기반으로 2028년까지 전국 고속철도망을 하나의 신호 체계로 통합하겠다는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KTCS-2는 국가철도공단 주도로 13개 민·관 업체가 개발한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이다. 세계 최초로 4세대 무선통신망(LTE-R)을 통해 열차를 제어한다. 열차제어시스템은 철도 인프라의 운행과 제어에 있어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해 ‘열차의 두뇌’로도 불린다. 그간 기술력 부족으로 프랑스 등 외산 기술(ATC)에 의존해왔고, 시스템 확장이나 변경 시 막대한 사업비와 일정 지연 부담이 뒤따랐다.
KTCS-2 시스템의 핵심장치인 RBC는 열차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이동 가능 거리 등 제어 정보를 실시간 생성하고, 이를 LTE-R을 통해 차량에 무선 전송해 최적의 운행 속도를 계산하는 구조다. RBC는 국제 안전평가기관(독일 TUV SUD)으로부터 안전무결성 최고 등급인 SIL4 인증을 받아 안전성도 확보한 상태다.
이번 KTCS-2 도입에 따른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경제성이다. 공단 분석에 따르면 전체 고속선 643.1km 구간의 지상 신호 장치를 국산화할 경우 기존 대비 약 94%(1조2149억원)의 사업비 절감이 가능하다. 유지보수 단계에서도 외산 부품 수급과 기술료 부담이 줄어들어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공단은 KTX와 SRT 총 118편성에 탑재될 ‘차상 신호장치’ 개조 비용 약 2541억원도 직접 투입할 계획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운영사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국산 신호체계 도입에 소극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초기 비용을 부담해 기술 표준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무선통신 기반 실시간 제어로 열차 간 안전거리를 기존 10.5km에서 8.1km로 줄여 선로 수송력을 1.2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장 발생 확률 역시 기존 ATC 대비 5.81배 낮춰 정시 운행 안정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KTCS-2 도입은 해외 의존에서 벗어나 철도 기술 자립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열차 자동운전(ATO) 기능이 포함된 차세대 시스템 KTCS-3로의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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