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경고등] 전세수급 5년 내 최악인데…정부 "시장 정상화 접어들었다"

  • 수도권 전세수급지수 56개월 만에 최대치… 강북구 전셋값 한 달 새 4% 폭등

  • 세입자들 경기권 '생존 매수' 확산…낙관론 속 전월세난 심화 우려도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2020년 전세대란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서울 전세 수급 지수 역시 최근 5년래 최악을 기록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또는 경기권 아파트 매수로 선회하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5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월간 전세수급지수는 176.8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8월(179.1)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181.4로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경기 역시 175.1을 나타내 2021년 8월 이후 56개월 만에 수급난이 임계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 역시 강북 14개 구 전세수급지수가 지난달 187.2를 기록해 2020년 11월(190.7) 이후 65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물 잠김 현상도 숫자로 확인된다. 아실 집계에 따르면 3315가구 수준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0건을 기록 중이다. 5건 아래로 남아 있던 전세 매물도 지난달 말 모두 소진됐다고 현장 중개업자는 전한다.
 
3830가구 규모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역시 등록된 전세매물이 2건에 그친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임대차 공급이 감소한 여파다.
 
이에 전세가격 역시 빠르게 치솟고 있다. KB부동산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지난달 기준 6억8147만원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다. 상승률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강북구의 지난 4월 한 달간 전세 상승률은 3.86%로 역대 최고치였다. 성북구(1.86%), 성동구(1.32%), 관악구(1.31%) 등 주요 지역 역시 매월 1% 이상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급난은 기존 전세 수요가 인근 경기 지역 아파트를 사들이는 매수 수요로 전환하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3월 한 달간 안양시 동안구(2.73%↑)와 광명시(2.65%↑), 하남시(2.40%↑) 등 서울 인접 지역 매매가격이 급등한 배경이다. 단순한 투자 수요가 아닌 전세난에서 도망친 실수요자들의 ‘생존형 매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장의 우려에도 정부는 낙관론을 내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강남 3구와 용산 등 이른바 ‘아랫목’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시장이 정상화의 길로 접어든 증거”라고 밝혔다. 외곽 지역 상승에 대해서도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젊은 세대의 실수요 매수가 많아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또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유지를 언급하면서도 ‘실거주 위주’로 제도 재편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임대차 매물 감소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월세 매물 등 수급 상황은 중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서울 중하위 지역에서 나타나는 가격 강세 현상이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인접 경기권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비아파트 매입 규모 증대 등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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