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인상과 고물가 영향으로 해외여행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골프 여행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항공권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골퍼들의 발걸음은 다시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비쌀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실제 골퍼들이 느끼는 체감 비용은 오히려 국내 라운드보다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골퍼들 사이에서는 “수도권에서 비싼 그린피를 내고 치느니, 가까운 일본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게 실속 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 비용의 역전 현상… “국내보다 부담 덜하다”는 골퍼들
골프 예약 플랫폼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5월 들어 일본 골프 예약 문의와 실제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2박3일 일정의 짧은 해외 골프 상품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이다. 유류할증료가 올랐음에도 일본 골프 여행이 늘어나는 가장 큰 배경은 이른바 ‘체감 비용의 역전 현상’에 있다.
◆ ‘가깝고 짧게’… 시간 효율성 극대화한 실속형 여행 부상
최근 골퍼들의 여행 패턴은 ‘짧고 굵게’로 요약된다. 과거 일주일씩 떠나던 장기 여행 대신, 주말을 낀 2박3일 혹은 연차를 하루 섞은 3박4일 일정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수도권에서 왕복 이동 시간에 시달리며 라운드를 하는 것보다,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일본 현지에서의 쾌적한 라운드가 시간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규슈 지역의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지방 소도시들이 재조명받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도시 중심의 복잡한 여행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지방 소도시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라운드하는 ‘골프와 힐링’ 콘셉트가 온라인 콘텐츠와 여행 예능을 통해 확산하면서 소도시 골프 투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러한 소도시들은 대도시보다 그린피가 저렴하면서도 코스 관리 상태가 훌륭해 실속파 골퍼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로 꼽힌다.
◆ 동남아 대비 확실한 경쟁력… ‘실속형 해외 골프’의 중심지로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골프 여행이 다시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으로 동남아 골프와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동남아는 비행시간이 길어 최소 3박5일 이상의 일정이 필요하고, 유류할증료와 현지 물가 상승이 겹치며 전체 패키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 반면 일본은 짧은 일정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 전체 여행 예산 관리에 용이하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국내 골프장의 과도한 비용과 티오프 시간 전쟁에 지쳐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며 “항공권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현지에서의 식사나 쇼핑, 라운드 비용 전반을 따져보면 국내 수도권에서 두 번 라운드할 비용으로 일본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용과 시간, 서비스 만족도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일본 골프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 골프 여행의 다변화… 취향 따라 즐기는 ‘테마형 투어’의 진화
일본 골프 여행의 확산은 단순한 숫자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질적인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온천과 골프를 결합한 전통적인 패키지는 물론 △유명 맛집 탐방을 곁들인 ‘미식 골프’ △현지 아울렛 쇼핑을 즐기는 ‘쇼핑 골프’ 등 테마가 세분화되는 추세다. 여행사들 역시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지역별 특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골퍼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결국 지금의 일본 골프 열풍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국내 골프 환경에 대한 피로도와 엔저라는 경제적 환경, 그리고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가 결합된 결과다. 국내 골프장들이 높은 비용과 고압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한, 더 나은 서비스를 찾아 현해탄을 건너는 골퍼들의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여름 유류할증료의 파고를 넘어 일본 필드 위에서 여유로운 스윙을 즐기는 골퍼들의 모습은 우리 골프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