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AI 시대는 2~3년이 승부”라고 단언한다. 미국과 중국이 원천기술 경쟁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모델은 따라가되, 활용은 앞서야 한다.” 제조업과 데이터, 그리고 현장의 노하우를 결합한 ‘AI 대전환(AX)’이야말로 한국이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할 유일한 전략이라는 진단이다.
AI 대전환 시대, 대한민국 산업이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무엇입니까.
= 지금 우리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산업 문법의 변화’라는 근본적 전환을 맞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 산업을 바꾸는 방식이었다면, AI는 산업 전체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AI 대전환(AX)’이라고 부릅니다. 이 변화의 특징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10년 단위로 산업 구조가 바뀌었다면 지금은 2~3년 안에 산업 경쟁력이 재편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2~3년이 대한민국 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단순한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대로 대응하면 세계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 과거에는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었습니다. 더 빠른 기술, 더 높은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죠.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무엇을 위해 쓰이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CES에서 존디어의 자율주행 농기계가 BMW의 자율주행차보다 더 주목받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기술적으로는 자동차가 더 복잡하지만, 농기계는 식량 문제 해결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기술은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이 변화는 기업 전략뿐 아니라 국가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이 AI 경쟁에서 갖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저는 단연코 ‘데이터와 노하우’라고 봅니다. AI는 모델만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그 데이터의 질에 따라 성능이 결정됩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 데이터와 숙련된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노하우, 즉 암묵지는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산입니다. AI 모델이 80점이라도 데이터와 노하우가 100점이면 결과는 매우 뛰어나게 나옵니다. 반대로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데이터가 부족하면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AI 활용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제조업과 AI가 결합하면 산업 현장은 어떻게 변화하게 됩니까.
= 가장 큰 변화는 생산성과 품질 혁신입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예지 보전 시스템은 장비가 고장 나기 전에 이를 미리 예측해 조치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장이 난 뒤 대응했다면 이제는 사전에 예방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또 품질 검사에서도 AI 비전 시스템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불량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고, 품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더 나아가 AI가 제품 자체에 적용되면서 제품 기능도 혁신됩니다. 결국 생산과 제품 양쪽에서 경쟁력이 동시에 올라가게 됩니다.
AI 확산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단기적으로 일부 직무는 대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특히 한국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숙련 인력의 부족입니다. 많은 숙련 기술자들이 은퇴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AI입니다. 숙련자의 노하우를 AI에 학습시켜 이를 유지하고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젊은 인력도 빠르게 숙련도를 높일 수 있고, 산업 현장 진입 장벽도 낮아집니다. 결국 AI는 일자리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은 약 6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3위부터 8위까지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과의 격차입니다. 이 격차는 기술력 자체보다 투자 규모에서 발생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정면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려 하기보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시대에도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유효합니까.
= 저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천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유효합니다. 그러나 AI 활용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합니다. AI 경쟁은 1등과 2등이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3위에 머무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활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구체적 산업은 무엇입니까.
= 대표적으로 제조업, 의료, 문화 산업을 들 수 있습니다. 제조업은 한국이 가장 강점을 가진 분야입니다. 전 산업 영역을 모두 수행하는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축적 측면에서 매우 유리합니다. 의료 분야도 높은 수준의 인력과 데이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K-콘텐츠와 같은 문화 산업도 중요한 영역입니다. 이들 분야에서 AI를 결합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정부는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데이터 표준화,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이 핵심입니다. 특히 데이터의 구조화와 표준화는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반면 기업은 이를 활용해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AI 경쟁은 민관 협력의 수준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서로 역할을 나누되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AI 시대 대한민국이 반드시 선택해야 할 핵심 전략은 무엇입니까.
= 저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데이터 전략, 다른 하나는 협력입니다. 데이터와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기업 간 협력,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AI는 개별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경쟁입니다. 협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한국이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AI 시대에도 충분히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영섭 전 중기청장: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은 산업과 정책, 학계를 모두 경험한 대표적인 산업 전략 전문가다. 대우전자, GE, 현대자동차 계열사 CEO를 거치며 산업 현장을 경험했고,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와 산업통상 정책을 담당하며 국가 산업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이후 제14대 중소기업청장을 맡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창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했다.
특히 그는 ‘현장 중심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기업 전략을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청장 재임 시절에는 기술 기반 중소기업 육성과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하며 AI와 산업 디지털 전환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 구조 혁신의 핵심 도구로 보고 있으며, ‘AX(AI Transformation)’ 개념을 통해 한국 산업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경쟁이 아닌 활용 중심 전략, 그리고 데이터와 노하우 기반의 산업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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