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칼럼] 황제를 꿈꾸는 트럼프 위한 특별한 대관식

위 이미지는 AI를 이용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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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지하, 잉크 냄새 진동하는 어둠 속에서 인쇄용 강판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도널드 트럼프, 그의 화려하고 공격적인 서명이 달러 지폐에 새겨지는 중이다. 미 공화정 역사상 최초로 연방준비제도의 권위 대신 개인의 이름이 화폐를 점령한 이 풍경은 기묘하다. 플로리다 골프장에 세워진 7미터의 황금상과 여권에 새겨질 대통령의 사인까지. 그의 미학적 지향점은 명료하다. 그는 이제 일국의 수반을 넘어, 불멸의 상징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시진핑은 평생 권력의 기호학을 탐독해온 인물이다. 그는 수요일 전용기 트랩을 내려올 주인공의 속내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의회와 법원이라는 굴레에 얼마나 신음하는지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황제라 믿는 자가 지닌 가장 원초적인 결핍. 즉,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간파한 것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는 무역과 반도체겠지만, 진정한 승부처는 티엔탄(天壇) 공원의 고대 석판 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시진핑이 인민대회당의 경직된 리얼리즘 대신 이 유서 깊은 성소를 선택한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심리적 결정타다. 1420년 완공된 티엔탄은 천자가 하늘과 소통하며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던 세상의 축이다. 둥근 북쪽 벽은 하늘을, 네모진 남쪽 벽은 땅을 상징하며 엄격한 우주적 위계를 형상화한다. 명·청의 황제들은 이곳에서 금식과 기도를 올리며 자신의 권력이 하늘로부터 왔음을 증명받곤 했다.

제국 시절, 평민들은 황제의 행차를 감히 눈에 담을 수 없었다. 행차 길을 따라 푸른 천이 장막처럼 쳐졌고, 그 고요를 깨트리는 자는 목숨을 담보해야 했다. 비록 지금은 외곽이 시민들의 태극권 수련장이 되었을지언정, 내단(內壇)은 여전히 중국 문명의 가장 내밀한 성소다. 시진핑이 트럼프를 위해 이 금지된 구역의 빗장을 푼다면, 그것은 현대 지도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극적인 형태의 '권력적 아첨'이 될 것이다.


이미 전례는 있다. 2017년 자금성에서의 만찬은 트럼프를 1949년 건국 이후 그곳에서 대접받은 최초의 외국 지도자로 만들었고, 그 화려한 의전은 거친 무역 전쟁의 칼날을 잠시나마 무디게 했다. 하지만 이번 티엔탄은 자금성보다 훨씬 치명적인 유혹이다. 자금성이 지상의 권력을 과시하는 무대라면, 티엔탄은 시간과 자연, 그리고 '천명(天命)' 그 자체를 확인받는 신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 권력의 시각 언어를 제 손으로 고쳐 쓰며 시민들의 손때 묻은 지폐에 이름을 새길 때, 시진핑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거울을 내민다. 스스로를 황제로 여기는 이를 위해, 그 지위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지구상 유일한 장소로 초대하는 것이다. 황제가 제례 전 몸을 정결히 하던 재궁(齋宮)에서의 식사는 트럼프에게 속삭인다. 당신은 4년짜리 세입자가 아니라, 역사의 영구적인 주인이라고.

이 거대한 연극이야말로 베이징이 준비한 진짜 전략이다. 미 언론이 대두 구매량이나 희토류 쿼터 같은 수치에 매몰될 때,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의 자존심을 통째로 포획하려 한다. 지폐 위 서명에 집착하는 이가 유혹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는 잘 안다. 트럼프를 천자의 반열에 올림으로써, 시진핑은 인공지능 냉전의 잔인한 현실을 '두 거물 사이의 우정'이라는 포장지로 덮어버릴 공간을 확보한다.

현재 중국은 유가 상승과 인구 위기라는 내우외환 속에서 숨을 고를 시간이 절실하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딥러닝 모델에서 압도적 우위를 굳히기 전까지 미국의 시선을 돌려놓아야 한다. 만약 트럼프가 황제의 경외심에 취해 베이징을 떠난다면, 호르무즈 해협의 휴전을 대가로 반도체 규제를 완화하는 식의 '황제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커진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게 이 장면은 실존적인 공포다. 우리는 지금 두 남자가 15세기의 제단 위에서 21세기의 운명을 협상하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주권과 지역 안보가 스스로를 역사의 저술가라 믿는 두 남자의 자존심을 채우기 위한 제례의 제물(祭物)로 놓여 있다. 시장은 이미 구조적 안정보다 개인의 명성을 우선시하는 거래를 예상하며 거센 환율의 압박을 견뎌내고 있다.

티엔탄의 아이러니는, 그곳의 의식들이 대개 혼돈의 시대에 질서를 구걸하던 필사적인 간구였다는 점에 있다. 황제가 제물을 바친 까닭은 가뭄과 기근, 그리고 천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오늘날 세계가 거대 경제권의 결별 직전에 서 있는 상황에서, 베이징의 화려한 의전은 그저 낡은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기 위한 금빛 분장일 뿐이다.

두 지도자가 원구단(圜丘壇) 위에 설 때, 그곳은 황제의 목소리가 신에게 닿는 지점이 된다. 그러나 2026년의 그곳에는 귀 기울이는 신이 없다. 오직 시장과 알고리즘, 그리고 두 황제의 손짓에 삶이 결정될 수십억 명의 숨죽인 눈동자만이 있을 뿐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황금빛 인정을 베풀며 중국몽의 생존을 보장받으려 위험한 도박을 걸고 있다.

푸른 기와지붕 위로 해가 저물고 행렬이 떠나면, 그 자리엔 차가운 현실만 남을 것이다. 지폐 위의 서명이 그를 황제로 만들지 않으며, 금지된 궁전에서의 만찬이 패권 다툼을 끝내지도 못한다. 우리는 지금 권력의 연극이 너무나 요란한 나머지, 그 연극이 지탱해야 할 세계의 연약한 토대를 집어삼키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결국 천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며, 그 이자는 사원 담장 밖 이름 없는 국가들의 안녕으로 지불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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