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보잉 200대 끌어낸 트럼프, 정상외교는 결국 산업 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나온 발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를 직접 자신의 외교 성과로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결국 가장 집요하게 챙기는 것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 장면이다.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대 500대 규모 계약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실제 공개된 숫자는 200대에 그쳤다. 보잉 주가도 오히려 하락했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번 사안이 보여주는 본질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자국 대표 제조기업의 판매를 챙기고 이를 외교 성과로 연결하는 시대라는 점이다.
 
트럼프식 외교는 철저히 실리 중심이다. 안보와 통상, 산업 정책을 따로 보지 않는다. 관세 협상도, 정상회담도, 군사 동맹도 결국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와 연결된다. 특히 항공·반도체·에너지 같은 전략 산업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과거 미국이 자유무역과 시장 논리를 강조했다면, 지금의 미국은 국가 권력을 전면에 내세워 자국 기업의 시장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잉은 그 상징적 사례다. 항공 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다. 첨단 기술과 공급망, 고급 일자리, 군사 기술 기반까지 연결된 미국 핵심 산업이다. 보잉 항공기 한 대에는 수많은 부품업체와 지역 산업, 노동시장이 연결돼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일즈 외교를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미국 대통령들의 ‘보잉 외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동 순방 때마다 대규모 항공기 계약이 발표됐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보잉 구매는 반복적으로 협상 카드로 활용돼 왔다. 항공기 판매는 단순 수출 계약이 아니라 외교 관계의 상징처럼 작동해왔다. 미국이 세계 항공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온 배경에도 이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중 관계다. 양국은 관세와 기술, 안보 문제로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지만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항공 시장 가운데 하나이고, 보잉 역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긴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항공기 구매는 경제 논리와 외교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는 영역이 된다.
 
이번 발표가 보여주는 또 다른 현실은 글로벌 산업 경쟁의 성격 변화다. 기업 간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간 경쟁에 가깝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기업 수주를 챙기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시장과 공급망을 통제한다. 자유시장 경쟁이라는 말 뒤에는 여전히 강력한 국가 권력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항공 산업은 국가 위상과도 직결된다.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경쟁은 단순 기업 경쟁을 넘어 미국과 유럽의 산업 패권 경쟁 성격을 띠어왔다. 중국 역시 자체 여객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항공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 한 대를 파는 문제조차 이제는 기술과 외교, 국가 전략이 결합된 종합 경쟁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잉 200대 발표는 국가 대표 산업과 기업의 시장을 확보하는 전장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장에서는 국가 권력과 산업 전략, 외교가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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