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는 단순한 시공 오류로 넘길 일이 아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 GTX 승강장부 기둥에서 주철근 178t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초 8월로 예정됐던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국가철도공단에 보고했다고 하고, 공단은 실질적 보고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국토교통부는 감사와 특별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책임 공방 이전에, 이번 사태는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관리 체계가 어디서부터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삼성역은 GTX-A 전 구간 운행의 핵심 지점이다. 현재 GTX-A는 운정중앙~서울역, 수서~동탄으로 나뉘어 운행 중이다. 삼성역 연결 없이는 수도권 광역철도망으로서 온전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곳은 지하 50m 안팎의 대심도 구조물이다. 수직 하중뿐 아니라 토압과 수압, 열차 반복 진동, 화재 안전, 장기 유지관리까지 견뎌야 한다. 일반 건축물 하자와 같은 눈높이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철근 누락은 현장의 기본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현대건설은 설계도면의 ‘투번들’ 표기를 오독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주기둥의 주철근은 구조 안전의 핵심이다. 배근 작업, 시공사 품질관리, 감리단 검측 중 어느 한 단계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콘크리트 타설 전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시공과 감리, 현장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보강한다고 곧바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시공사가 제안한 강판 자켓팅 공법은 콘크리트 기둥에 에폭시 접착재를 바른 뒤 강판을 덧대고 내화 마감을 더하는 구조다. 접착재 내구성, 강판 부착력, 화재 저항 성능, 열차 반복 진동에 대한 피로 저항성까지 검증해야 한다. 정부가 외부 전문 학회를 통해 보강 공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른 개통도 중요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보강 위에 열차를 통과시킬 수는 없다.
시간은 곧 비용이다. 삼성역 무정차 통과가 늦어지면 시민 불편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GTX-A는 민자사업 구조와 맞물려 있다. 개통 지연이 길어질수록 손실보전금, 추가 공사비, 지체상금, 법적 분쟁 가능성이 따라붙는다. 무정차 통과가 1년가량 늦어질 경우 추가 재정 부담이 최대 1000억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안전관리 실패의 비용은 결국 시민과 세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책임 규명도 늦출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 문서 왕래가 아니라 보고의 실질성이다. 중대 안전 문제가 제때, 명확하게,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원문 문서와 내부 처리 기록을 통해 가려야 한다. 대형 인프라 사업일수록 보고 체계는 더 분명해야 한다. 중대 시공 오류는 별도 보고, 즉시 공유, 후속 조치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정치 공방으로만 소비해서도 안 된다.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지하 철도 구조물이 안전한지, 개통 지연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다. 국회 현안질의도 정쟁이 아니라 사실 확인의 자리가 돼야 한다. GTX는 수도권 교통의 핵심 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봉합이 아니라 독립 검증, 책임 규명, 재발 방지다. 늦어질수록 비용은 커진다. 그러나 검증 없이 서두른 대가는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