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동상이몽'의 미중정상회담…숨은 함의는?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전 세계가 주목한 미·중정상회담이 예상했던 대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도 없이 마무리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이후 정상회담이 대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대부분 언론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교적 판정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의 초강대국 이미지만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셈’이라고 혹평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3년 이상 미·중관계의 전략적 방향을 위해 제시된 ‘건설적, 전략적 안정관계’ 수립도 결국 미국이 더 조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 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모두 ‘전략적 안정과 절제된 경쟁’을 외치고 있지만, 결국 단기적인 외교적 코스프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미국과의 정면충돌 없이 지금의 긴장국면을 관리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전략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중장기적인 대응전략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없다. 남아 있는 임기 내에 그의 모토인 마가(MAGA)의 실질적인 성과와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단순히 무역 관세, 공급망 관리의 경제적 목적을 넘어 미·중 양국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진 패권경쟁의 축소판이었다. 향후 전략적 협력과 절제된 경쟁을 표방하며 서로 건배하고, 악수했지만 다른 목적과 속내가 있는 단기적인 적과의 동침일 뿐이다. 따라서, 동상이몽식 미·중정상회담에 숨어 있는 함의를 읽어야 향후 펼쳐질 글로벌 지정학적, 지경학적 불확실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무역, 관세 및 희토류 공급망 관리의 동상이몽이다. 대내외적 어려움과 난제를 풀어야 하는 트럼트 대통령 입장에서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목적은 명확하다. 내부 분열 심화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적인 선물이 필요했다. 물론 항공기·LNG·대두·소고기 등 중국도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량 구매할 생각이 있었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온 중국에 줄 선물의 성격과 무게에 따라 시 주석의 선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편적으로 중국이 500대의 보잉 항공기 구매가 200대로 줄어들었고, 미국산 대두 및 LNG 등 구매도 지금으로선 불확실해 보인다. 중국은 미국에 준 경제적 선물 보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무역위원회를 통해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낮춘다는 원칙에만 합의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1년 유예한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진일보한 논의도 없었다. 따라서 향후 미·중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도 경제안보 이슈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란전쟁으로 인해 소모된 첨단무기를 만들기 위해 중(重)희토류가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며 미·중관계를 관리하며 계속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둘째 AI 첨단기술 및 자본시장 개방의 동상이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줄곧 ‘중국시장의 개방(Open Up)’을 외쳤다. 그를 수행한 엔비디아·마이크론·테슬라·애플·골드만 삭스·블랙스톤·블랙록·시티그룹 등 16명의 미국 주요기업 CEO 면면을 보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목적과 속내를 가늠할 수 있다. 이른바 ‘AI 첨단기술 주도권 회담’ 혹은 ‘비즈니스 회담’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6개 기업은 크게 테크와 금융기업으로 구분되는데, 이들 모두 14억명의 막대한 중국시장에서 퇴출되었거나 중국 정부가 관련 인허가를 승인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마이크론은 2023년 안보 이슈로 인해 제품판매가 금지되어 있고, 애플은 아이폰의 시장경쟁력 제고를 위해 차세대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데 중국이 아직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도 H200만 미국이 조건부 승인을 했지만 중국이 수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혀 있는 중국의 AI 첨단기술과 자본시장을 열어 비즈니스 수익 창출과 미국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실익과 전략적 우위를 함께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나온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와 AI 관련 규제를 풀지 않으면 16개 기업의 대중국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이 규제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과 산하 자회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美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명단(Entity List)에 올라간 중국 기업만 1100개에 달한다. 미국은 AI 칩과 반도체 장비 등 첨단산업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고, 중국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양국간 다른 속내와 전략적 접근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합의점이 도출될 리가 없다. AI 및 반도체 경쟁은 향후 미·중간 글로벌 주도권과 군사패권이 충돌하는 핵심 영역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란전쟁과 타이완 해협의 지정학과 글로벌 패권적 동상이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통해 이란전쟁의 종전 해법을 모색하려고 했다.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해 중재자로서 중국이 이란을 설득하길 원했을 것이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룩’을 입은 것도, 정상회담에 이례적으로 국방장관이 수행한 것 또한 중국에게 미군의 강력한 군사력과 위대함을 드러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회담 종료 후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호르무즈 개방과 이란 핵 불허에 합의했다고 언급했지만, 중국에서 나온 공식 브리핑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양국간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 주석은 비공개 정상회담 전 모두 발언을 통해 "타이완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것"이라는 강력한 언어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하며,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인 포석이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떠오르면 기존 강대국이 두려워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충돌하게 된다는 의미다. 언론에서는 시 주석이 이미 2013년 오바마 대통령, 2024년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언급했다고 하지만, 노골적인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이 충돌보다는 협력과 상호공존을 강조한 측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뉘앙스와 숨은 의미는 다르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등장한 신형대국관계는 미·중 관계에서 충돌을 피하고 상호존중·협력을 통해 새로운 강대국 관계’를 만들자는 외교적 구상을 말한다. 신형대국관계와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비슷한 맥락을 포함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신형대국관계는 동등한 협력과 공존의 의미라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충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타이완을 두고 충돌할 수 있다는 것과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한 것 자체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기선 제압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다.

시 주석이 국빈만찬에서 ‘중화민족의 부흥과 미국의 마가가 함께 병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과의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전략경쟁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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