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가치만 1조달러" 스페이스X·오픈AI 상장

  • 우주·AI 강국 선언한 대한민국, '실패를 품는 토양'이 먼저

  •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인식 대전환 시급

스페이스X 사진AP연합뉴스
스페이스X [사진=AP연합뉴스]
 
글로벌 자본시장이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으로 들썩이고 있다. 민간 우주항공 시대를 연 스페이스X가 6월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데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연 오픈AI 역시 이르면 9월 상장을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는 예상 기업가치가 약 1조 2500억달러(약 1900조원), 오픈AI는 약 1조달러(약 1360조 원)에 달한다. 전례를 찾기 힘든 ‘블록버스터급’ 연쇄 상장이다. 이번 기업공개(IPO)가 단순한 거대 기업의 탄생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바꿀 두 핵심 산업이 주류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화려한 성공 신화의 정점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스페이스X는 창업 초기 세 차례나 로켓 발사에 실패하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창업주 일론 머스크조차 "한 번만 더 실패하면 끝이었다"고 회고할 만큼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오픈AI 역시 비영리 재단에서 출발해 수익 모델을 고민하며 끊임없는 지배구조 갈등을 겪었다. 최근까지도 창업자 간의 법적 소송과 막대한 인프라 비용 문제로 존폐를 넘나드는 진통을 겪었다. 기술적 한계와 자금난, 그리고 사회적 불신이라는 수많은 고난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대한민국 역시 ‘우주항공청’ 출범과 ‘AI 국가전략’을 선포하며 우주·AI 강국으로의 도약을 연일 외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 우리 사회 시스템 속에서는 제2의 스페이스X, 오픈AI가 나오기 어렵다. 정부 자금이 조금이라도 투입됐다면 한번의 실패만으로 '세금 낭비'라는 여론의 뭇매와 관료적 감사, 배임죄의 덫에 걸려 먼저 침몰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산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예상치 못한 실패’를 동반한다. 우주항공과 초거대 AI 같은 첨단 기술 분야는 더 그렇다. 실패에서 데이터를 얻어야 단 한 번의 위대한 도약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체계와 기업 문화, 정부 지원 방식은 여전히 ‘실패 제로(0)’를 지향하는 안전주의에 갇혀 있다. 한 번의 실패가 곧 신용불량과 매장으로 이어지는 사회에서 도전해야 하는 청년들과 기업가들에게 혁신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매달려야 할 과제는 공공 조달과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의 전면적인 개혁이다. 과정이 성실하고 도전적이었다면 결과가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성실실패 용인제도’가 뿌리내려야 한다. 규격화된 성공만을 성공으로 인정하는 관료적 평가를 과감히 폐기하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다.

민간 모험자본이 과감하게 유입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의 자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하이리스크·하이리턴 분야에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의 돈이 흘러 들어가도록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실패한 창업자도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언제든 재기할 수 있도록 신용 회복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스페이스X와 오픈AI의 상장은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유동성 이벤트인 동시에, 혁신을 위한 실패를 품어준 미국식 모험 생태계가 거둔 결실이다. 우리도 우주항공과 AI 강국이라는 기치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인식의 대전환과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무수한 로켓 폭발을 견뎌낸 토양 위에서만 비로소 인류의 미래를 이끌 위대한 기업이 싹틀 수 있다. 정부와 학계, 그리고 산업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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