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뮤직비디오가 공개 된 뒤 친한 형에게 연락이 왔어요. '뭐고, 니 요즘 돈 없나' 하더라고요. 하하. 그 말이 많은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이거 재밌겠다' 싶었죠. 영화 선택할 때 사람들이 놀라겠다고 생각한 작품들이 몇 개 있었는데 이번이 최고로 놀랐을 것 같아요. '검사외전'이나 '초능력자'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건 더 놀라겠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기분 좋은 배신 같은 거죠."
강동원은 현우라는 인물을 설득하기 위해 춤을 익혔다고 말했다. 액션에 익숙한 배우지만 춤은 전혀 다른 감각의 영역이었다. 그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연습실을 찾아가 밤늦게까지 동작을 반복했다고 했다.
"춤추는 저를 본 소감은 일단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마지막 무대쯤에는 '진짜 잘하는구나' 싶긴 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촬영 끝나고도 계속 연습하고, 밤에 가서 또 연습하고요. 무대 촬영을 계속하다 보니까 무대 경험이 쌓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노래하랴 춤추랴 카메라 보랴 관객 호응 끌어내랴 정신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안무가 기본이 되니까 라인을 살리는 데 더 신경을 쓰게 됐어요. 점점 춤선이 좋아지더라고요."
"뭔가를 배우는 건 비슷한데 이건 아예 베이스가 없는 새로운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발차기 같은 건 어릴 때 태권도라도 해봤으니까 조금의 베이스가 있는데 힙합은 무용이랑도 달랐어요. 일단 비트를 맞추는 게 되게 낯설더라고요. 처음에는 동작을 배우다가 '이게 안 되겠다. 걸음걸이부터 배우자'고 해서 한 30분 동안 걷고 시작했어요. 음악을 틀어놓고 가르쳐준 친구랑 계속 걷는 거예요."
그는 현우를 이해하기 위해 힙합 문화 자체를 몸에 익히려 했다. 평소 메소드 연기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강동원이지만 이번만큼은 옷차림부터 바꿔야 한다고 느꼈다. 몸에 맞지 않는 문화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제스처와 걸음걸이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스웨그가 있는 제스처를 많이 해야 하는데 힙합 음악을 안 듣는 사람들은 그게 '이게 뭐지?' 싶은 것들이 많아요. 적응하는 데 한참 걸렸어요. 나중에는 옷도 다 사서 입고 다녔어요. 저는 메소드 연기를 믿는 사람도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건 입고 다녀야겠더라고요. 안 그러면 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왜 이렇게 걷는지, 왜 이렇게 건들거리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비트였던 거죠."
힙합 역사도 새로 공부했다. 그는 자신이 힙합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당대 음악과 문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현우가 어떤 시대의 음악을 접하고 자랐는지를 이해해갔다.
"저는 힙합을 거의 안 들었어요. 예전에 림프 비즈킷 정도 들은 게 다였죠. 투팍도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사람 이름이더라고요. 하하. 너무 무지하니까 힙합 역사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했어요.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요. 그러면서 현우라는 캐릭터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얘는 이때쯤 이런 음악을 접하고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었죠."
그가 특히 신경 쓴 건 1집 활동 당시 트라이앵글의 무대였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무대를 우습게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시 실제 댄서 출신 가수들이 봤을 때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해내는 것이 목표였다.
"1집 무대는 진짜 잘해서 웃기자가 목표였어요. 그 당시에 댄서였다가 가수 하신 분들이 봤을 때 창피하지는 않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 내가 저랬지'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지, '나 저렇게 안 했어'라고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관객들이 봤을 때는 '왜 잘하지? 왜 잘해서 웃기지?' 하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와일드 씽'은 특정 시대를 정확하게 고증하기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의 감각을 영화적으로 섞어낸다. 강동원은 그 시절 감성을 희화화하지 않고 제대로 된 '멋'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고등학교 때 TV에서 봤던 걸 그대로 하고 싶었어요. 그때 진짜 멋있었거든요. 댄스 가수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어릴 때 봤던 그 감성은 해보고 싶었어요. 1세대 아이돌의 느낌을 녹여내고 싶었죠. 마냥 우습게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단발머리나 장발, 그런 스타일들이 지금 보면 과해 보일 수 있지만 그때는 멋이었으니까요. 저도 머리를 그렇게 하고 다녔고 옷도 그렇게 입었었고요."
현우는 한때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인지도가 떨어진 생계형 방송인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톱스타의 자리를 오래 지켜온 배우이지만 잊힌다는 감각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데뷔 초부터 언젠가는 잊힐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저는 늘 우상향하긴 했는데 그 안에서도 왔다 갔다 하긴 했죠. 그래도 2012평선은 벗어난 적 없는 것 같고, 한 50일 이평선 정도는 왔다 갔다 했을 수 있고요. 하하. 저는 데뷔 처음부터 언젠가 잊힐 거라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사람이에요. '늑대의 유혹'이 잘됐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언제나 잊힐 사람이라고요. 생각보다 오래 갔지만 언젠가는 잊히겠죠. 일이 줄어들 때도 올 테고, 인간 자체로도 언젠가는 잊히겠죠.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하면서요."
강동원은 앞으로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는 작업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주고 캐스팅해주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아니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만들고 움직이는 방식에 더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누가 나를 써줬으면 좋겠다, 알아봐주고 캐스팅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됐어. 그냥 내가 만들어' 이런 쪽이에요. 꼭 한국만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단순하게 말하면 세계의 정말 재능 있는 분들과 다 일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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