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장생포에는 고래잡이 배가 드나들었고, 방어진항과 정자항에는 새벽마다 생선을 가득 실은 배들이 들어왔다. 바다는 울산 사람들에게 생계였고 공동체였다. 그러나 지금 울산 바다는 기후 변화와 어족자원 감소, 어촌 고령화라는 현실과 함께 새로운 산업·관광 자원으로서 가능성도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바다의 날을 맞아 본지는 울산 바다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바다가 달라졌어요."
바다의 날을 앞두고 찾은 울산 동구 방어진항. 새벽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하나둘 부두로 들어오고 있었다. 바닷물에 젖은 그물 옆으로 갈매기들이 맴돌았고, 선원들은 묵묵히 어구를 정리했다. 항구에는 이른 새벽 특유의 짠 바다 냄새가 가득했다.
선주 김모씨는 전날 조업을 위해 일본 가까운 해역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근해에서도 어군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멀리 나가야 한다"며 "조업 환경 자체가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40톤급 어선은 한 차례 출항할 때 200리터 드럼 기준 5~6통 정도의 유류를 사용한다. 한 통 가격은 25~27만원 수준이다. 어업용 면세유와 일부 유류비 지원 제도가 있지만 부담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번 조업에 나가 400~500만원 정도는 벌어야 선원 인건비와 유류비를 빼고 선주 수익이 남는다"며 "예전보다 조업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바다를 지키는 것도 어민들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바다를 떠날 수는 없다고 했다. 어업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온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바다 환경 속에서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울산 바다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일부 어촌계와 지역 어민들 사이에서는 단순 어획 중심을 넘어 체험형 관광과 연계한 새로운 어촌 모델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낚시 체험과 연안 관광, 지역 수산물 소비를 연결한 방식으로 어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울산에서는 해양관광과 해양레저 산업 확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대왕암공원, 주전 몽돌해변은 이미 울산 대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체류형 관광 확대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생포 고래바다여행선은 계절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고, 요트와 낚시, 연안 체험 관광 등을 연계한 해양관광 산업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역에서는 단순 방문형 관광을 넘어 숙박과 문화, 체험이 결합된 체류형 해양관광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울산 앞바다는 해상풍력과 친환경 에너지 산업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지역 산업과 항만 물류, 유지보수 산업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어업권과 환경 문제를 둘러싼 갈등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일부 어민들은 조업 구역 축소와 해양 생태 변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지역 어업과의 공존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울산 해양항만 관계자는 "이제 울산 바다는 단순 어업이나 산업 공간을 넘어 관광과 친환경 에너지, 해양레저 산업까지 함께 연결되는 복합 해양자산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며 "어업과 산업, 관광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양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수도 울산은 오랜 시간 바다를 통해 성장해왔다. 변화의 파도 앞에 선 울산 바다가 어업과 관광, 친환경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해양도시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다가 품어온 가능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울산의 미래 역시 그 푸른 수평선 위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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