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통칭 ‘선진국(Developed Country)’이란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통해 국민의 생활수준과 삶의 질이 높은 국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지표(1인당 GNI·GDP)뿐만 아니라 교육·보건·민주주의 수준 등 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다만 경제적 성취만이 아닌 부패 혹은 청렴도와 같은 도덕성과 취약 지수 등 잣대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다각적인 척도에서 보면 선진국이 20여 개나 될까 싶기도 하다. 좀 더 솔깃하게 평가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크지 않은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자칭타칭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국가를 돌아보면 지방이 굉장히 안정되어 있다. 질서정연하고 조화로우며 평온하기까지 하다.
반면에 후진국일수록 시골에 가면 무질서하고 불균형적이며 불안하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하루라도 체류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나라도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지방으로 갈수록 난개발과 부조화로 지역 개발이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주거와 상업지역, 그리고 공장 지대의 구분이 불분명하여 마치 임기응변으로 개발을 하지 않았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한국에서도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났고, 말로는 지방분권 시대라고 한다.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해 나간다는 지방자치 본연의 의도와는 무색하게 무늬만 그럴싸하고 실제로 지방의 실질적 후퇴를 가져오지나 않았나 되돌아보게 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싶다.
갈수록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커진다. 급기야 소멸해 가는 지방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마침내 정부도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역의 광역화를 통해 새로운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공감대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그것이 살길이라면 즉흥적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진지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지금과 같은 지방자치 지형으로는 지방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하다. 우선 지방 정치를 하겠다고 모여드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특히 그렇다. 지역에 대한 열정은 물론이고 지역 개발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모든 것들이 용두사미로 끝나고 늘 그 모양 그 꼴인 구태만 반복한다.
지방 생태계,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 재구성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 기대
지방이 획기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쟁 대상을 단순 수도권이 아닌 지구 규모로 경쟁력 확장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이기를 버리고 과감한 통합과 합종연횡이 필연적이다. 지구적 현상을 직시하고 이를 관철하는 지역 발전 과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멸의 경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방자치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면 도시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장기적인 성장, 인구구조, 환경 변화, 경제 자족 기능 등 장기적 마스터플랜은 고사하고라도 최소한 10년 또는 30년 청사진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꿈이나 비전이 실종된 지방이 잘될 리 만무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공약을 가진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온갖 정치 공작에다 편 가르기에 혈안이다. 워낙 자격 미달인 자들이 많다 보니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지방자치가 바뀌려면 세계를 무대로 지방의 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지방 간 경쟁 구도 유도는 필연적이며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차별적이면서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도 단순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졸속 편법보다는 지역 특색과 발전을 촉진하는 형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세수 등 중앙정부에 다소 여유가 있다면 이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주민 감시를 통해 저질 지방자치 선량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들의 비리나 해외 출장 시 비행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지방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 투자한 비용이 너무 아깝다.
또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최소한 기준을 가지고 지역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표류하는 이유도 유권자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대안과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지방에서 나름대로 활기가 도는 것이 감지된다. 청주 공항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중국과 일본 노선을 확장 중이다. 예천은 전지 훈련 메카로 자리 잡으며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K-문화의 성지가 되려고 발버둥을 친다. 이러한 변신은 지역을 세계와 연결하려는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는 동일본 대지진 15년 폐허 위에서 사람이 돌아오는 작은 기적이 만들어졌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지방이 되살아나고 다른 지방보다 우위에 선다. 첨단 AI 시대에 지방의 부활을 위해서는 아날로그적 터치가 긴요하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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