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당초 강팀들의 무난한 토너먼트 안착이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조별리그 초반 아시아 국가들이 6경기에서 2승 4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이 체코를 상대로 2대 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포문을 열었고, 호주는 튀르키예를 2대 0으로 완파했다. 여기에 일본이 유럽에서 손에 꼽히는 네덜란드와 2대 2로 비기고, 카타르가 스위스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을 챙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1대 1, 이란은 뉴질랜드와 2대 2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FIFA 랭킹 2위 스페인은 라민 야말, 페드리 등 핵심 전력을 모두 투입하고도 랭킹 67위 카보베르데와 0대 0으로 비겼다. 상대 골키퍼 보지냐의 7차례 선방 쇼에 가로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남미 국가들은 아직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한 채 2무 2패에 그쳤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브라질은 모로코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히며 주목받던 에콰도르 역시 코트디부아르에 종료 직전 일격을 허용하며 0대 1로 고개를 숙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선전과 유럽, 남미의 부진을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북중미의 환경'을 지목한다.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을 오가는 방대한 이동 거리와 체감온도 37도에 육박하는 고온다습한 환경이 선수들의 기동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무게 중심을 낮춘 채 실리적으로 체력을 비축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껴둔 에너지를 바탕으로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해 헐거워진 상대의 배후 공간을 효과적으로 노렸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유럽과 남미를 상대로 승점을 수확한 아시아 국가들은 총 10득점 중 7골을 후반전에 집중시키며, 상대의 지친 체력을 철저하게 공략해 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대회는 이동 거리가 많고 무덥다. 따라서 대회의 키 포인트는 '팀 체력'"이라며 "회복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후반전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감독과 코치진들이 경기 상황마다 선수들의 컨디션 상황을 지켜보고 교체 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찬하 KBS 축구 해설위원 역시 "특히 유럽 선수들은 높은 습도의 환경에서 뛰어본 경험이 적다. 습도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더위, 장거리 이동 등의 여파에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가 조별리그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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