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공개한 키어 스타머 총리의 다우닝가 연설문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정부는 16세 미만 모든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에 큰 조치이자, 아이들과 미래를 위한 진정한 변화"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소셜미디어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괴롭힘과 학대가 더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며, 정신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한 스크롤 같은 기능은 이용자를 몇 시간씩 붙잡아두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이번 조치는 아이들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성장할 자유와 기회를 더 많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금지 대상에는 엑스(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유튜브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포함된다. 다만 왓츠앱과 시그널 같은 메시징 서비스는 포함하지 않을 방침이다. 유튜브 키즈와 구글 클래스룸 등 일부 교육·아동용 서비스도 제외될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머 총리는 소셜미디어 금지와 별도로 게임 서비스와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제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낯선 성인이 별다른 제약 없이 아동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정부는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라이브스트리밍과 낯선 사람과의 소통 기능 차단을 추진한다. 또 18세 미만 이용자의 야간 이용시간 설정, 무한 스크롤 제한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은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영국 정부가 지난 3월 2일부터 5월 26일까지 진행한 전국 단위 의견수렴 이후 나왔다. 해당 절차에는 11만6000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다. 응답한 부모의 83% 이상은 소셜미디어 이용의 위험이 이점보다 크다고 답했고, 90%는 소셜미디어 접근 최소 연령을 16세로 정하는 데 찬성했다.
스타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기술기업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과 아동 보호가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한 싸움"이라며 "나는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영국 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가 공개한 전문가 논평에서 다수 연구자는 아동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면 금지만으로는 온라인 위해를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엘비라 페레스 바예호스 노팅엄대 교수는 "전면 금지는 좋은 접근이 아니다"라며 "아동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단순한 접근 자체가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몰입을 유도하는 플랫폼의 사업 모델과 설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 추천과 무한 스크롤, 중독적 이용 구조를 바꾸도록 기술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엄 베리먼 서식스대 부교수도 이번 조치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호주 사례를 언급하며 금지 이후에도 청소년 상당수가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성인 계정을 만들거나 부모에게 숨기고 이용할 경우 더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령 확인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히샴 알아삼 버킹엄대 부교수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효과적인 연령 확인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 환상에 가깝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성인 이용자들까지 여권이나 생체 정보 등을 기술기업에 제출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은 지난해 12월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의 주요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뒤 같은 조치를 검토해왔다. 호주의 조치 이후 캐나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유사한 법안이나 연령 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태국 등도 관련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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