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첫 인상'이 아닌 '인상 사이클'로 이동하고 있다. 중동발 유가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데다 경기 회복세까지 뚜렷해지면서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긴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인상 소수의견을 낸 위원 2명뿐 아니라 동결 의견을 제시한 위원들까지 물가 상방 위험을 공통적으로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내부 논의가 '인상 여부'에서 '인상 시점'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금통위 내부의 기류 변화는 점도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월 공개된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보면 전체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현재 기준금리인 연 2.50%보다 높은 수준에 찍혔다. 연 3.00%에 10개, 연 2.75%에 7개가 몰리면서 금통위원 다수가 향후 금리 인상을 예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7월 한 차례 인상에 그치지 않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한은은 최근 물가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물가 압력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상방 압력을 일부 완화하겠지만 공급 충격의 파급 영향이 확대되고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들은 "성장과 물가의 상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을 통한 2차 파급효과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들은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결 의견을 낸 위원들 역시 물가 우려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근원물가와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상당폭 웃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을 단발성 조치가 아닌 새로운 긴축 국면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 둔화가 통화정책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성장률 전망 상향, 반도체 수출 호조, 주식시장 강세 등이 이어지면서 성장보다 물가가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긴축 전환도 한은의 추가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모두 긴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미국 통화정책이 보다 긴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주식·채권·외환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까지 포괄하는 통합적인 리스크 점검 체계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긴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가운데 실업률 전망은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도 매파 성향이 강화되고 있어 연준이 올해 12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하반기에는 임금과 서비스 가격 등을 통한 2차 파급효과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연준은 물론 한은 역시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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