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양도세 손질론 부상…전월세 시장은 '긴장'

  • 고가·투자 목적 세 부담 강화 가시화…전문가 "공급 부족 상황서 임대 불안 우려"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다음 달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산업 호황과 증시 상승 등을 배경으로 시중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실수요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손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전월세 공급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세 부담 확대가 임대차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2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통한 보유세 부담 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조정과 고가주택 세 부담 강화,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도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실거주자는 보호하면서 투자 목적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정부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화성 동탄구 아파트값은 6월 셋째 주 기준 전주 대비 2.22% 오르며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9.5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 접근성이 뛰어난 용인 수지구 역시 올해 들어 9%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이른바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다만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강화가 의도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를 기록했다. 이는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극심했던 202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규 입주물량 감소와 전세 매물 축소가 이어지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를 미루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세제 강화가 오히려 전세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집주인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보유를 선택하거나 늘어난 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이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역시 충분한 공급 여건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증세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안부터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공급 기반을 먼저 확충한 뒤 세제 개편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 전월세 시장은 입주물량 감소, 전세의 월세화, 임대사업자 물량 축소 등 공급 축이 모두 약화된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세제 개편으로 민간 임대 공급 여건까지 위축되면 전월세 매물 감소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공급 확대와 함께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의 민간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세제·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전월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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