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홈플러스] "밀린 대금 2000억+α"…납품업체 줄도산 위기

  • 중소상공인 미지액 평균 7.7억원

  • 34.7% "자금난에 경영 매우 어려워"

  • 손실 감수한 채 운영자금 융통 나서

  • "메리츠·정부, 자금 지원 나서야"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측에서 5억원이 넘는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우리 회사의 부자재 협력사에도 제때 대금을 못 주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금을 융통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가 않네요."

전북 전주에 위치한 가공식품기업인 A업체는 회사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홈플러스의 납품대금 미지급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이 심각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가 장기화하면서 중소 납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두 달 안에 정산돼야 할 납품대금이 수개월째 묶이면서 당장 운영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홈플러스에 의존하는 업체들은 직원 감축과 생산 차질까지 겪으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납품업체들은 정부와 대주단의 결단으로 대금 정산이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농산물·과일·축산·가공식품 분야 납품업체 미수금은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여서 전체 협력사의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홈플러스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 수는 4600개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피해도 상당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금 정산 지연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곳을 조사한 결과, 대금 정산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졌다고 밝힌 응답자는 76.7%에 달했다. 이 가운데 34.7%는 '매우 어려운 수준'이라며 심각한 자금난을 호소했다. 홈플러스의 정산 시기가 법정기한인 60일을 초과(98.0%)하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미지급액 규모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소상공인들은 평균 7억7400만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다. 4곳 중 1곳(24.0%)은 미정산액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납품업체의 원부자재 구입 대금·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85.3%)으로 이어지며 연쇄적인 피해를 키웠다.

2007년부터 홈플러스에 속옷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인천 소재 B업체 대표는 "회사 매출의 80%가 홈플러스에서 나오는데 지난 1월부터 납품대금 지급이 사실상 멈춰 자금 흐름이 완전히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직원 3분의 2가 회사를 떠났고 최소 인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생산 협력업체 정산조차 제때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납품업체들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운영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부자재값이나 인건비 등 기본적인 비용 처리조차 어려워 매출채권 팩토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금융기관이 기업의 외상매출채권을 매입해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납품대금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지만 매입 할인율만큼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는 부담이 있다.

그나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최근 한숨을 돌렸다. 홈플러스와 슈퍼사업부문 매각 계약을 체결한 하림그룹의 NS쇼핑이 최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120여개 협력사에 6월분 대금부터 차질 없이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지급보증확약서를 제공하면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협력업체들은 홈플러스 마트부문도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오르기를 바라는 한편, 대주단과 정부에 적절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납품업체들은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을 활용한 대주단의 자금·대출 지원과 우선 정산(95.3%),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저금리 특례대출 확대(44.0%)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홈플러스 정산 지연 사태 장기화로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협력사가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면서 "정상화 과정에서 이들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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