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환율, 162엔 넘었다…40년래 '최고'

  • 美 추가 금리 인상 관측에 달러 강세

  • 日 추가 인상 기대 후퇴도 엔 매도 자극

지난 26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6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엔 환율이 달러당 162엔을 돌파한 가운데 엔화 가치가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4년 7월 저점을 넘어서며 시장이 일본 당국의 방어선으로 여겨온 선마저 뚫렸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달러 강세를 부추긴 가운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다시 거세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61.98엔까지 오르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엔화 약세가 그만큼 심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3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2엔을 넘어선 가운데 오전 10시 현재 162.1엔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달러당 161.96엔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해 왔다. 29일 뉴욕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이를 돌파했다. 닛케이는 이후에도 엔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엔저를 부른 핵심 요인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다. 미국에서는 고용과 소비, 경기 체감 지표가 잇따라 견조하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요미우리는 미국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파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미국 금리가 더 오를 경우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이 커지는 데다, 미일 금리 차 확대 가능성도 엔화 매도를 자극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정책금리를 31년 만에 1%로 올렸지만, 엔화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추가 인상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진 데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아 엔화 매도 압력이 이어졌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7월 책정할 경제재정운영·개혁 기본방침에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이뤄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을 명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면서 추가 인상 관측이 후퇴했고,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우세해졌다. 한 일본계 은행 외환 딜러는 재정 확대 우려로 엔화 매도가 나왔다고 봤다.

구조적인 엔화 약세 요인도 남아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달러 결제 수요가 늘고, 중동 정세 불안 때마다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세도 강해진다. 여기에 일본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인 신 NISA를 통한 해외주식 투자 확대도 엔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021년 봄만 해도 달러당 110엔 안팎이었다. 요미우리는 약 5년 새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엔저의 큰 흐름이 2022년부터 시작됐다고 봤다.

엔화가 역사적 약세권에 들어서면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엔화 약세가 심해질 때마다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거나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내왔다. 닛케이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지난 22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온라인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고, 23일에는 "필요하면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미일 간 합의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두 개입이나 실제 시장 개입만으로 엔저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살아 있고 일본은행의 추가 인상 속도도 불투명해, 미일 금리 차를 의식한 엔화 매도 압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닛케이는 시장에서 이번 주 발표되는 미 고용통계 등을 지켜본 뒤 환율 방향을 잡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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