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방산 다음 과제는 '안전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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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이 우려된다." "외국에도 유사한 사고는 있다. 완벽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굉장히 심각하게 보진 않는다. 결국 문제는 반복이다. 이건 기업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K-방산 안전 문제를 두고 국내 방산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이다. 표현은 달랐지만, 문제의식은 하나로 모였다. 방산 제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비슷한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더 무겁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K-방산은 이제 가능성의 산업을 넘어섰다.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에서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주요 방산기업은 대형 수주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실제 국내 방산업계 수주잔고는 100조원을 넘어서며 향후 몇 년치 생산 물량을 쌓았다. 과거와 다른 K-방산의 위상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산업 외형이 커질수록 더 주지해야 하는 건 바로 현장 안전이다. 무기를 만드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다치고,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잃는 한편 성과의 의미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수출 계약서에 적힌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물량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현장의 체력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K-방산은 본래 위험한 무기체계 제조 환경을 탓하며 이를 간과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총 7명의 사상자를 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직후 대전사업장장 역시 "대개 화약은 물에 닿으면 위험성이 사라지는데, 물로 세척하는 공정이어서 크게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K-방산의 안일한 안전의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탄약과 화약, 폭발물, 중장비를 다루는 방산 공정은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우후죽순 커진 K-방산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년간 산업재해 현황만 봐도 문제가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 주요 방산업체 5곳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400명을 넘는데, 연간 발생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18년 이후 연간 산업재해자는 50명 수준을 지속 중이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건 숫자 자체보다 이 꾸준한 흐름이 보내는 경고다. 현장 어딘가의 위험이 계속 충분히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특히 사고가 특정 기업과 사업장에서 쌓이고 있다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 관리 체계의 빈틈일 가능성이 더 크다.

어떤 산업이든 멀리 가기 위해선 안전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봐야 한다. 방산 시장의 구매자인 해외 정부가 보는 것은 무기 성능과 가격, 납기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생산 능력, 품질 관리 체계, 사고 대응 역량도 신뢰를 구성하는 요소다. 생산 현장이 흔들리면 납기와 품질, 기업 평판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K-방산은 지금 전 세계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그 기회를 오래 이어 가려면 당장의 수주 실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원인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고 이전에 움직이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사고가 잦은 사업장은 별도로 관리하고, 고위험 공정은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위험 작업의 자동화·무인화·원격화는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큰 공정일수록 사람의 직접 노출을 줄이는 설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100조원을 넘어선 수주잔고는 K-방산의 성과이자 책임이다. 그 성과가 생산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늘어난 일감만큼 현장의 위험을 낮추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성장은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지만, 신뢰는 기본에서 나온다.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 쌓아야 할 것도 결국 그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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