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M.S.G] 전국 장바구니 채웠던 홈플러스, 추억 속으로 사라질까

  • 회생절차 폐지 결정…2000억원 자금 조달이 변수

  • 협력사 4603곳·직간접 고용 1만3000명 피해 우려

  • 즉시항고 기한 14일…회생 불씨 살릴 시간 많지 않아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1년 넘게 기업회생 절차를 이어오며 버텨온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결국 파산 문턱에 몰렸습니다. 일부 점포 영업 중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 매각이라는 강수에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전날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자금이었습니다.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원가량의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이를 조달하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회생계획이 문서상으로는 마련됐더라도 실제 영업을 정상화하고 계획을 수행할 돈이 없다면 회생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홈플러스가 곧바로 파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홈플러스는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하면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다시 판단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즉시항고를 하지 않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회생절차 폐지는 확정됩니다. 이후에는 파산 절차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파산의 여파가 홈플러스 한 회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홈플러스에 상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4603곳입니다. 이 가운데 47%는 매출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홈플러스 매장이 문을 닫으면 이들 협력사의 판로도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농어가와 중소 납품업체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연간 3조원 규모의 농·축·수산물을 판매해왔습니다. 이 중 국내산 농·축·수산물 판매액만 1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홈플러스의 위기가 산지와 중소 납품업체, 물류망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가운데 76.7%는 정산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정산 납품대금은 평균 7억7400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 기업의 40.7%는 5억원 이상, 24.0%는 10억원 이상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일부 업체에 홈플러스 회생 여부는 곧 회사의 생존 문제인 셈입니다.

고용 충격도 불가피합니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약 1만2000명인데, 여기에 주차·카트 관리, 청소 등 간접고용 인력 1000명까지 더하면 직·간접 고용인원은 최소 1만3000명에 이릅니다. 파산 절차가 본격화하면 이들 상당수가 실직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점포 하나가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 단위 유통망과 그 안에서 일해온 사람들의 생계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홈플러스도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회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 운영자금 대출을 재차 요청했습니다. 회사는 2주 이내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할 경우 회생절차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게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홈플러스 앞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한때 전국 곳곳의 장바구니를 책임졌던 홈플러스가 남은 2주 안에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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