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홈플러스가 결국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으면서 청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마지막 희망의 끈이 되고 있지만, MBK와 메리츠 간 간극이 커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직원과 협력업체, 납품기업, 입점 소상공인, 지역경제로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퇴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무조건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따져야 하며, 시장 원칙도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청산'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기준 1만2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협력사와 물류업체, 납품기업, 시설관리업체, 입점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생계를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인원은 최대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청산이 현실화된다면 대규모 실직은 물론 연쇄 부도와 지역 상권 침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기업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납품업체와 영세 상인들은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거래처를 잃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결국 피해는 기업만이 아니라 소비자와 지역경제까지 확산된다.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 중심의 기업 인수와 경영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기업 인수 이후 재무적 수익에 치우친 경영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보다 단기적인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됐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급변하는 온라인 중심 유통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 전략의 실패 역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정 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하라는 뜻이 아니다. 청산이 불가피하다면 근로자들의 고용 안전망을 신속히 가동하고, 협력업체와 납품기업, 입점 소상공인들의 연쇄 피해를 최소화할 긴급 금융 및 경영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가 가장 큰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 긴급 유동성 공급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 3일 정부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된 후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총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투입하고,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도 1인당 최대 210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과 협력업체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법원과 채권단 역시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청산이 회생보다 채권 회수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고용 충격과 지역경제 붕괴 비용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단기적인 회수율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는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다. 산업 생태계와 고용, 지역경제가 촘촘히 연결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시장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시장 원칙이 사회적 책임까지 외면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기업 살리기도, 냉정한 방관도 아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고용과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로운 해법이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며,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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