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이어 캐나다도 고배…김동관號 '한화오션' 방산 수출 과제 커졌다

  • 기술력 입증해도 'NATO·외교력'에 좌절

  • 김동관, 글로벌 방산 성과 입증 시험대

  • 전문가 "기술력 넘어 국가별 맞춤 전략 과제"

한국이 캐나다에 제안한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
한국이 캐나다에 제안한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독일 TKMS 품으로 돌아가면서 한화오션이 또 한번 해외 대형 방산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했다. 폴란드 오르카(ORKA) 사업에 이어 캐나다까지 연이은 고배를 마시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오션의 방산 수출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기술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한 만큼 이제는 해외 운용 실적과 정부 간 협력 체계, 외교력까지 아우르는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7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디젤 잠수함 도입 사업인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

CPSP는 캐나다가 2030년대 중반 퇴역을 앞둔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3000t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고, 향후 30년간의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업 규모만 약 60조원에 달한다. 금액만 보면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 수주액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민·관·군이 총력 지원에 나섰다. 

특히 프로젝트를 주도한 한화오션은 2032년 첫 잠수함 인도라는 빠른 납기와 2044년까지 약 700억 캐나다달러(약 75조원) 규모의 경제 효과 창출을 제시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지난달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정부 방산 특사단으로 합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승기를 잡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의 성패가 '기술력' 아닌 정치·외교적 판단에서 갈렸다고 분석했다. TKMS가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다국적 공동 프로젝트에 묶여, 아직 실전 운용 사례가 없는 반면 한국은 실전 배치돼 가동 중인 최신예 잠수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양측의 기술력 차이보다 독일이 나토(NATO) 회원국이라는 구조적 강점이 최종 선택에 있어 더욱 크게 작용한 셈이다. 실제 캐나다는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동맹국들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한화오션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이번 사업에 임했지만 결국 나토 동맹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주 실패는 김동관 부회장에게도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그간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육상·방산 수출 성과를 키운 데 이어 한화오션을 통해 해양 방산 경쟁력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잇따라 해외 대형 수주를 놓치면서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확실한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현재 한화오션의 해외 잠수함 수출 실적은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수출 실적을 꾸준히 축적하기 위해서는 K-방산의 수출 전략도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국의 안보 환경과 외교 관계, 산업 협력까지 고려한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전략 무기는 국가 간 정치·안보적 판단의 영향이 크다"며 "잠수함과 같이 기술력이 비슷한 무기 체계는 성능보다 동맹 관계와 안보 협력, 외교적 신뢰 등 무기 외적인 요소가 최종 수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국가별 안보 환경과 산업 협력 수요까지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번 결과를 실패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수출 실적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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