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최소 3년 정도, 완전히 새로운 임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정부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대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6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오는 2030년 달 탐사 계획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하버드대 마이크로로보틱스 연구소를 거친 이 교수는 현재 KAIST에서 종이접기 공학을 활용한 우주 로봇과 변형 구조체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도전 자체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항상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만 해서는 기술 발전이 어렵다"며 "세계 기술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실패를 통해 부족한 점을 배우고 산업 기반을 키우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오는 2030년 달 탐사 성공의 관건으로 누리호의 이송 능력을 꼽았다. 이 교수는 "달 탐사는 추진, 궤도 제어, 착륙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사업"이라며 "다누리를 통해 달 궤도선 운용과 관련 통신 기술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누리호가 달까지 가는, 충분한 이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우주 로봇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가 우주에서 로보틱스 시스템으로 뭔가 해본 경험이 없으며 시스템을 운영한 경험도 전무하다"며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추진하는 '우주 물체 능동 제어 기술 개발 사업'으로 국내 독자 로봇 시스템을 처음으로 우주에서 검증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내 우주 로봇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 연구실은 현재 우주 물체를 포획하는 종이접기(오리가미) 기반 그리퍼를 개발 중이다. 우주 환경에서는 모든 장비를 발사체 안에 실어야 하는 만큼 공간 제약이 큰데, 종이접기 구조를 활용하면 작게 접어 발사한 뒤 우주에서 크게 펼쳐 사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우주 물체를 잡는 그리퍼를 연구실에서 종이접기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우주에서는 공간 제약이 무엇보다 크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이 우주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종이접기 기반 그리퍼가 형상이 일정하지 않은 물체를 잡는 데 강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물류 현장에서는 박스뿐 아니라 과일, 페트병, 쌀포대 등 다양한 물체가 섞여 있다"며 "기존 로봇 그리퍼와 달리 현재 개발 중인 그리퍼는 모든 상황에서 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주 기술의 경우 고장 나면 안 되는 환경을 전제로 개발하기 때문에 지상의 험한 물류 창고, 농장, 군사 지역 등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우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가와 민간 업체를 늘리면서 관련 생태계에 묶는 것이 핵심"이라며 "중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압도적 투자로 모든 것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경제 규모나 연구 인력 면에서 모든 분야를 미국과 중국처럼 따라갈 수는 없다"며 "우주 기술은 조금만 바뀌어도 군사 기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필요할 때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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