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전력반도체로 확대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기가와트(GW)급으로 대형화하면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에 이어 전력반도체가 AI 시대의 또 다른 수혜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반도체 시장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AI 서버에는 수천 개의 GPU가 장착되며 기존 서버보다 수배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전력반도체 채택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특히 SiC와 GaN은 기존 실리콘(Si) 전력반도체보다 고전압과 고온 환경에서 효율이 높고 발열이 적다. 데이터센터 전원공급장치(PSU)와 전력변환장치, UPS, 냉각설비 등에 적용이 확대되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들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이 향후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가 SiC 시장을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SiC 공정 기반 구축을 추진하며 전력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X세미콘도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넘어 차량용과 산업용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예스티 역시 전력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열처리 장비와 반도체 장비 사업을 확대하며 수혜가 기대된다.
반도체 장비업계도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반도체 생산라인 증설과 신규 팹 투자까지 이어질 경우 장비와 소재 시장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경쟁력이 GPU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GPU가 많은 전력을 소비할수록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환하고 공급하느냐가 데이터센터 운영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AI 팩토리 시대를 언급하며 컴퓨팅과 함께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 초기에는 GPU와 HBM 확보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력 효율이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SiC와 GaN 전력반도체가 AI 생태계의 새로운 핵심 부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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