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ESG기준원은 6월 8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을 발표했다. 제정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인의 재산을 충실히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와 같이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의 지배구조와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관투자자들의 소극적인 주주 활동이 위기 발생에 일조를 했고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0년 영국에서 최초로 제정되었다.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수행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와 종국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의 공유가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온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16년 12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였고, 참여기관 수는 2017년 18개에서 2025년 11월 말 기준 249개로 꾸준히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민간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도 코드 참여 전 평균 1.5% 수준에서 이후 약 4%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공적 연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도 참여 전 6%에서 참여 후 12.7%로 증가하여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는 등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시작된 이번 개정 논의는 ESG의 정착, 상법 개정, 주식 시장의 활황과 투자자 저변 확대 등과 같은 그간의 변화를 반영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개정안의 구성은 종전과 같이 먼저 “원칙”의 도입 목적과 의의로 시작하여 “원칙”의 적용으로 시작한다. 7개의 원칙은 구체적으로는 고객·수익자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정책과 이해상충 방지 정책 공개(원칙 1, 2),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주기적 점검과 내부지침 마련(원칙 3, 4),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정책 마련과 구체적 행사 내용·사유의 공개(원칙 5),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대한 고객·수익자 정기 보고(원칙 6), 그리고 이를 위한 역량과 전문성 확보(원칙 7)이며, 이에 대한 안내지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정안은 적용 자산군을 국내 상장주식에서 채권·인프라·부동산·비상장주식·해외자산까지 확대했고, ESG 요소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을 명시적으로 반영했다. 수탁자 책임활동의 범위도 핵심 경영사항에 대한 점검과 대화를 넘어 주주제안, 소송 참여, 그리고 투자 확대·유지·축소·배제·철회 등 투자 의사결정까지 포괄하도록 넓혔다. 무엇보다 종전의 코드에서 없었던 이행점검 체계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를 신설해 3년마다 코드의 구체적 내용을 점검·개선하고, 개별 참여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이행 수준까지 점검하도록 했다. 참여기관에는 매년 수탁자 책임활동 보고서를 ESG기준원에 제출할 의무도 새로 부과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협력적 관여활동을 원칙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이는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개정안이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스튜어드십 코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참여 기관이 수탁자 책임활동을 이행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행 점검은 발전위원회가 맡고, 코드 참여 기관들은 매년 ESG기준원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 외에 수탁자 책임 이행에 대한 아무런 의무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코드의 원조국인 영국의 경우 참여기관들은 재무보고위원회에 수탁자 책임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4년에 한번, 활동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를 심사하여 부실 기관의 참여 자격 자체를 박탈할 수 있으므로 참여 기관투자자들이 코드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실질적 유인을 갖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의 국민연금인 GPIF가 매년 위탁 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활동을 보고받아 공표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주주활동 효과 검증 프로젝트를 통해 위탁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참여 기관투자자의 이행 보고서 공개와 발전위원회의 이행 점검 결과 공시 의무와 부실 이행 기관에 대한 제재 방안이 빠져 있어 개정 코드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인 협력적 주주활동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규제 특히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보고제도, 이른바 '5% 룰'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5% 룰에 따르면 여러 기관투자자가 공동으로 기업과 대화하거나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경우 이들이 '공동보유자'로 해석되어 보고 의무나 추가 공시 부담이 부과되고, 이를 위반 시 심지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기관투자자들 간의 협력적 관여를 위축시켜 선진국과 달리 우리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미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은 협력적 주주활동을 코드를 제정하면서 명시했고, 지배구조 개선 목적으로 주주들이 의견을 교환하거나 특정 안건에 대해 공동 입장을 취하는 경우 등을 공동보유로 보지 않아 대량보유보고를 부과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도입 초기부터 협력적 주주활동을 원칙으로 명시했고 2017년 기관투자자 포럼을 설립하여 기관투자자들의 협력을 장려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번 개정은 9년 만의 첫 손질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수탁자 책임 이행 점검과 공시, 협력적 주주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5% 룰을 비롯한 대량보유보고 규제의 정비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개정 역시 형식적 선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자본시장 혁신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코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제도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 전 기업지배구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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