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 민영화 초읽기를 앞두고 주요 기업들 간 본격적인 수 싸움이 시작됐다. 지분 공개 매입으로 주도권을 선포한 한화그룹, 협업 확대로 물밑에서 지배력을 형성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LIG D&A 등의 치열한 신경전이 관전 포인트다.
14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KAI 유력 인수 후보인 한화는 톱다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을 통해 연내 KAI 지분 보유율을 15% 내로 맞추고 경영 참여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일 약 1866억원을 투입해 119만6377주를 추가로 취득하며 KAI 지분율을 12.44%로 늘렸다. 한화시스템도 올 연말까지 5000억원을 들여 KAI 지분율을 4.73%로 확대하겠다고 공시했다. 다만 최종 확보 지분은 15% 선을 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KAI 인수전이 시작되면 한화는 이미 확보한 지분을 통해 경쟁사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인수 자금 부담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지분 알박기를 통해 KAI의 중대한 영업비밀이나 민감 정보 등을 열람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이나 사외이사 선임, 신사업 등 의사결정에도 참여 가능하다. 사실상 경영 참여로 읽히는 대목이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LIG D&A는 실무 협력을 통한 보텀업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보유한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글로벌 사업 역량이 KAI의 항공기 체계 개발 능력과 결합하면 민간 운송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양사는 지난 5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합작법인(JV) 설립 등 광범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명 변경을 통해 항공우주 사업 확장을 공식 선언한 LIG D&A도 KAI와 KF-21, FA-50의 항공 무장 통합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LIG D&A는 천궁-II, 신궁, 현궁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유도무기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이 무기를 실을 자체 플랫폼이 없다는 게 핸디캡이다. 한화, 현대차그룹에 비해 자금력이 열세인 만큼 인수전이 시작된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할 공산이 크다. LIG D&A가 주도하고 범 LG가와 LS그룹이 동맹을 맺는 형태가 유력하다. 재계에서는 LIG D&A가 자금력 확보를 위해 우호 세력과 물밑 접촉을 시도한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매각 골든타임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도 차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각종 리스크를 줄이고 인수 후보군 간 경쟁 구도를 최고조로 유도해 KAI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기를 매각 적정기로 보고 있다"며 "특히 2029년 국가 프로젝트인 '달 궤도 통신위성 발사'를 앞둔 2028년은 KAI의 기업가치가 극대화되는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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