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는 16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 국교위 회의실에서 차정인 위원장 주재로 ‘2026년 제7차 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개정을 요청한 역사과 교육과정 수립·변경 진행 여부를 심의·의결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중학교 ‘역사’ 내 근현대사 비율 확대안은 찬성 13명, 반대 4명, 기권 2명이라는 표결 결과로 원안 통과됐다. 재적 위원 20명 중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표를 얻었지만, 회의장 내 분위기는 뜨거운 설전이 이어졌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역사 왜곡과 조롱, 혐오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심각하다”며 “학생들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학교 근현대사 확대에 대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산업화와 민주화 역사는 물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해 학생들이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장의 시급성에 맞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양오봉 위원(전북대 총장) 역시 찬성 표를 던지며 힘을 보탰다. 양 위원은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을 보니 분량이 너무 적고 서술이 간결해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오히려 인류 이전이나 고대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근현대사 비중 확대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군의 새로운 융합선택과목(가칭 역사 콘텐츠 비평·분석) 신설안을 두고도 치열한 대립각을 세웠다. 전문위원회와 모니터링단 조사 결과, 기존 교육부가 제안했던 ‘역사 콘텐츠 비평’ 원안보다 사회·지리·도덕을 포괄하는 ‘사회 교과군 융합 신설과목’ 수정안에 대해 찬성 의견(모니터링단 3분의 2 동의)이 우세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김경회 상임위원이 “융합 과목 신설안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제안했고, 전은영 위원은 “역사 왜곡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역사에 좀 더 집중하는 과목이 필요하나 현재의 합의안도 동의한다”면서도 “학교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우수한 토론 수업 모델을 교육부가 구축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정근식 위원(서울시교육감)은 “융합과목 신설 시 기존 교과목 체계와의 충돌이나 실제 수업 담당 교사(사회·역사·국어 등) 배정 문제 등에 대한 정리가 확실히 되었느냐”고 꼬집었다. 윤건영 위원(충북교육감) 또한 “과목명 서술이 ‘역사 콘텐츠 비평·분석’, ‘역사 콘텐츠 분석·비평’ 등으로 혼용되고 있어 명확히 정리가 필요하다”며 “2027년 전면 개정을 앞두고 부분 개정을 이처럼 성급히 추진하면 출판사들의 교과서 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근본적 전제 검토를 요구했다. 장신호 위원 또한 “역사 교육만큼이나 급변하는 AI 교육의 교육과정 수용 등 다방면의 전면적 개정을 함께 다루는 게 필요하다”며 “모자이크식 부분 개정 대신 전면 개정을 신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첫 번째 심의·의결안건에 대한 의결 방식을 두고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져 회의장 내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 장신호 위원이 “찬반 의견이 극명히 갈리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외풍을 피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무기명 투표를 해야 한다”고 요청하자, 이광호 상임위원은 “선출직 및 위촉직 위원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가진 만큼 기명으로 투표하는 것이 의무”라고 맞섰다. 결국 차정인 국교위원장이 “국가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본인이 표결 결과를 책임지고 감당해야 한다”며 무기명 투표 요청을 기각하고, 공개 거수 표결을 진행해 최종 13대 4(기권 2)로 원안을 통과시켰다.
제7차 회의를 통해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관련 의결이 이뤄짐에 따라, 국교위는 중학교 역사 내 근현대사 서술 분량을 30%로 상향하고 고등학교 사회 교과군 내 융합 비평 과목을 신설하기 위한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계획(안) 마련 및 각론 개발 연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익명을 전제로 “합의를 중시하는 국교위가 민감한 교과서 개정 문제를 기명 표결로 강행 통과시킨 만큼, 향후 개발 과정에서 교과서 편향성 논란과 현장 교사 수급 방안을 둘러싼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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