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자개를 실처럼 가늘게 끊어내는 소리가 '똑, 똑, 똑' 나자, 장철영 나전장 보유자의 손끝에서 자개가 서서히 오색찬란한 빛깔의 기하학적 문양으로 변해갔다. 아이들은 숨죽인 채, 장인의 손 끝을 주시했다.
24일 찾은 부산 벡스코 대한민국관에서는 유리진열장 속 문화유산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K-헤리티지'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살아있는 무형유산'에는 국가무형유산 장인들이 직접 작업을 선보이고, 관람객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장인들의 섬세한 작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유물을 오래 바라보는 '유물멍'이 있다면, 대한민국관에는 장인의 손놀림을 넋 놓고 바라보는 '장인멍'이 있었다.
장철영 보유자는 관람객들에게 나전장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전복껍데기인 자개를 얇게 잘라 문양을 만들어내는 '끊음질'을 시연했다. 그의 시연대 앞에는 관람객들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장 보유자는 "전복 껍데기는 먹고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일본에서는 자개를 국보로 귀하게 여기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나전 관련 국보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장철영 보유자 외에도 박명배 소목장 보유자, 김혜정 탕건장 보유자, 강전향·전영인 망건장 보유자 등이 전통기술을 선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전시장을 찾은 곽민정(47)씨는 "아이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체험시켜주고 싶어서 왔다"며 "아이가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한 번 둘러본 뒤 다시 장인의 시연을 찾아오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강효림 양은 "아까는 사람이 많아서 자세히 못 봤다"며 "다시 와서 보니 자개가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체험 프로그램의 인기도 뜨거웠다. 나전 텀블러와 말총 목걸이 만들기 등 체험은 개장 직후 현장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관계자는 "오픈런한 관람객들이 입장하자마자 예약해 금세 마감됐다"고 말했다.
진관사 체험 부스도 종이꽃인 '지화'를 만들려는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지화는 종이로 만든 꽃이에요. 옛날에는 꽃이 흔하지 않아서, 종이로 만든 꽃에 물을 들여서 꽃 공양을 했어요"란 스님의 설명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K-헤리티지 이머시브 전시장 앞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전통 나전의 빛과 색감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윤슬의 시간'과 '실감 의궤', '타임리스 타임'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초등학교 5학년 안채은 양은 "신비롭고 음악도 좋아서 정말 재미있었다"며 "우리 문화유산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관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기념해 마련된 개최국 공식 전시관이다. 오는 29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운영되며, 35개 기관이 참여하는 특별전과 38회의 전통 공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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