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와 창원특례시가 총사업비 1조 6555억원 규모의 '방위산업 전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에 첫발을 뗐다.
이번 협약은 사업 구상에서 실행 준비 단계로 옮겨가는 출발선에 가깝다. 사업 예정 부지와 핵심인 전력 공급망은 확보됐으나, 실제 착공을 위해서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과 국가 보안기관 인증, 구체적인 수요 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지난 27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디노티시아, 디노코어, 신화철강과 ‘방산 전용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립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사업 대상지는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23-3·23-5번지 일원이다. 창원국가산업단지 안에 연면적 7만4606㎡ 규모로 조성된다. 수전용량 100MW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지하 1층·지상 5층으로 계획됐다. 별도의 지원동은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다. 방산기업의 인공지능 연구개발과 데이터 처리, 실증을 지원하는 독립 보안망과 고성능 연산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밝힌 1조 6555억원은 현재 확보된 자금이 아닌 전체 예상 사업비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 및 자금 조달 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향후 프로젝트 금융 투자회사(PFV)를 설립해 PF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기업별 출자액, 지분율, 금융기관 대출 확약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자체의 재정 지원 역시 미정이다. 데이터센터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직접 입주 또는 데이터 위탁)이 결정돼야 보조금 지원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투자 기업별 역할 분담은 비교적 뚜렷하다. ㈜디노티시아와 ㈜디노코어는 AI 장기 기억과 추론을 돕는 ‘씨홀스 AI 스토리지’ 및 ‘씨홀스 클라우드’ 구축을 맡는다. 사업 예정 부지를 소유한 신화철강㈜은 토지를 사업 주체에 매각하고 자본을 출자해 도내 방산기업의 수요를 잇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구체적인 토지 매매가와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100MW급 데이터센터의 최대 난관인 전력 공급은 일정 부분 진척을 보였다. 사업 예정지 반경 3km 내에 있는 2개의 변전소(메인·서브)를 활용할 계획이며,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이 지역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전력계통 영향평가'도 무사히 통과했다.
경남도가 제시한 목표 일정은 2027년 7월 착공, 2030년 상반기 부분 준공, 2031년 최종 완공이다. 사업자는 내년 8월 말까지 창원시에 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도 관계자가 “인허가에 약 6~7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신청(2026년 8월)과 착공 목표(2027년 7월) 사이에는 10개월 이상의 여유가 있어 세부 절차와 일정 조정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방산 전용'이라는 특수성에 사실상 필수로 여겨지는 국가정보원이나 방위사업청 등의 보안 인증은 아직 취득하지 않은 상태다.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방산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국가 보안 체계 연계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 관계 기관과의 철저한 망 분리 및 보안 등급 협의가 요구된다.
수익성을 좌우할 입주 수요 역시 도와 사업자 측 설명대로 1차 수요조사만 마쳤을 뿐, 구체적인 기업명이나 사전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200여 명의 정보통신기술(ICT) 일자리 창출도 현 단계에서는 지자체의 예상치에 가깝다.
아울러 두 지자체가 강조한 '국내 최초 100MW급 방산 전용 AI 데이터센터'라는 수식어도 짚어볼 대목이다. 앞서 한화그룹이 창원에 올해 45MW로 시작해 2032년까지 135MW로 확장하는 국방 특화 폐쇄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최초'의 명확한 기준(투자협약, 착공, 준공 등)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초대형 방산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과제가 적지 않지만, 도와 시는 이번 투자협약을 계기로 방산 AI 거점 도약을 자신하고 있다.
박완수 도지사는 "K-방산의 경쟁력을 위해 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보안 기반과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강기윤 창원시장 역시 "이번 투자협약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창원 방위산업의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방산 AI 산업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초대형 방산 인프라 구축의 첫 단추가 끼워진 가운데, 향후 원활한 PF 자금 확보와 인허가, 확고한 보안체계 구축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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