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MONEY] "혼인신고, 미뤄야 이득?"…대출·청약·세금 따져보니

  • 혼인신고 전 정책대출·청약·세제 혜택 비교해야

  • 신혼특공·혼인합가 특례는 오히려 혼인이 유리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내년 하반기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 A씨는 결혼식은 올리되 혼인신고는 미루기로 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소득 요건 때문이다. 미혼은 본인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라면 신청할 수 있지만, 혼인신고를 한 신혼가구는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맞벌이인 A씨는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소득 기준을 넘는다.

정책대출을 이용하지 못할 때의 부담도 따져봤다. 7월 7일 이후 아낌e보금자리론 기본금리는 만기에 따라 연 4.90~5.20%다. A씨가 알아본 연 6.37%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2억4000만원의 원금에 금리를 단순 적용하면 연간 이자 차이는 약 353만원이다. 실제 부담액은 대출 만기와 상환 방식, 우대금리에 따라 달라지지만 혼인신고 여부가 수백만원의 금융비용을 가를 수 있는 셈이다.

A씨처럼 결혼식은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가 적지 않다. 혼인신고 후 부부의 소득과 부채, 주택 보유 이력을 함께 따지면서 일부 정책대출이나 주거지원 기준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24만326쌍 가운데 실제 결혼 후 1년 이상 지나 신고한 부부는 4만7096쌍으로 19.6%를 차지했다. 2020년 12.8%였던 비중은 2021년 14.6%, 2022년 15.3%, 2023년 16.8%에 이어 지난해 19.6%까지 높아졌다.

혼인신고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대출 한도와 청약 자격, 세금에 영향을 미치는 재테크 변수가 된 셈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각자의 소득과 부채, 주택 보유 이력, 내 집 마련과 출산 계획을 함께 놓고 신고 시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신고를 미루는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니며 부부의 상황에 따라 혼인 이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더 클 수도 있다.
 
정책대출 이용하려면 합산소득부터 확인
A씨처럼 두 사람의 합산 소득이 정책대출 기준을 초과한다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버팀목대출이다.

디딤돌대출은 일반가구의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이 6000만원 이하이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와 2자녀 이상 가구는 7000만원, 신혼가구는 8500만원 이하다.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대출 역시 부부합산 연소득 7500만원 이하인 가구가 대상이다. 혼인 전에는 한 사람의 소득만 따지지만 혼인 후에는 배우자의 소득까지 합산돼 기준을 넘을 수 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혜택도 상품별로 따져봐야 한다. 생애최초 보금자리론은 부부 모두 주택을 보유한 이력이 없어야 한다. 예비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과거 주택을 소유했다면 혼인신고 이후 다른 배우자도 생애최초 보금자리론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일반 보금자리론은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생애최초 구입자는 최대 4억200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생애최초 구입자는 최대 80%가 적용돼 대출 여력에 차이가 생긴다. 다만 수도권이나 규제지역 주택은 적용 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청약은 정책대출과 기준이 다르다. 배우자가 혼인 전 주택을 보유했다가 처분했거나 청약에 당첨된 이력이 있더라도 신청자 본인의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자격을 제한하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한쪽의 과거 주택 보유 이력만으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청약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득 합산·청약·세제는 혼인 후 유리할 수도
[사진=챗GPT]
[사진=챗GPT]
반대로 정책대출 대상보다 비싼 주택을 사려는 맞벌이 부부라면 혼인신고 후 소득을 합산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심사에서 배우자를 공동차주로 두고 소득을 합치면 한 사람의 소득만으로 심사받을 때보다 대출 여력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연간 소득에서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진다. 소득이 늘면 대출 한도가 커질 수 있지만 배우자의 기존 대출도 함께 반영되므로 실제 유불리는 부부마다 다르다.

출산 계획이 있다면 신생아 특례대출도 살펴볼 만하다. 이 상품은 혼인신고 여부보다 대출 접수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하거나 입양했는지가 중요하다. 주택 구입을 위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4억원, 신생아 특례 버팀목대출은 수도권 기준 보증금 5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2억4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맞벌이 가구는 부부합산 연소득 2억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다.

청약을 준비하는 무주택 예비부부라면 혼인신고를 통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을 얻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기간 7년 이내인 무주택세대구성원이 대상이다. 최근에는 2세 미만 자녀가 있는 출생가구의 특별공급 기회도 확대됐다.

다만 혼인신고일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 기간이 시작된다. 당장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원하는 지역의 공급계획이 멀리 있다면 청약 일정과 자금 마련 시기를 함께 고려해 신고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

각자 1주택을 보유한 예비부부라면 혼인합가 특례가 혼인신고의 장점이 될 수 있다. 혼인으로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더라도 혼인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1세대 1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양도가액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2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결국 혼인신고의 유불리는 하나의 기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책대출이 필요하다면 부부합산 소득과 주택 보유 이력을,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한다면 두 사람의 소득과 부채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청약과 출산 계획, 각자 보유한 주택의 처분 시점도 따져봐야 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혼 페널티의 뿌리는 가구 단위로 소득·자산을 합산하는 낡은 제도 설계가 맞벌이·주거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며 “앞으로는 혼인·출산을 해도 손해는 최소 제로, 가능하면 소폭의 순이익이 나도록 개인 기준·생애주기·지역 주거비를 반영해 세금·대출·청약을 함께 시뮬레이션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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