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여수·울산 석유화학산업 일자리 모니터링 및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자본·설비 중심의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이 고용 탄력성이 낮은 데다 원청과 하청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황기에는 원청보다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에게 고용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핵심 기간산업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과잉, 범용제품 경쟁력 약화, 저탄소 전환 압박이 맞물린 영향이다.
지역별 충격은 다르게 나타났다. 여수 산업단지는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한 지역으로 국내 전체의 49.5%에 해당하는 641만5000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정유·화학 업종이 단지 전체 생산액의 98.4%, 수출액의 98.3%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 집중도가 높다.
울산은 여수와 달리 고용량이 급격히 줄지는 않았다.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이 밀집해 있고 정유, 석유화학, 전방산업의 수직계열화 구조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완충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석유화학업종 고용은 2022년 2만13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2만600명까지 줄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뚜렷했다. 여수는 여수시와 상공회의소, 산단 건설협의회, 양대 노총 등이 참여하는 노사민정 협력 기반이 비교적 구축돼 있다. 산학융합원을 중심으로 재취업·전환 교육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당면 위기에 대응하는 긴급 지원 중심에 머물러 중장기 산업·고용 전환 전략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울산은 울산 인적자원개발위원회와 일자리진흥원 등 공공기관 중심의 대응 체계가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 기업과 노동계 참여가 제한적이다. 고용정보원은 구조적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울산에는 실업 증가 패턴을 포착하는 조기경보체계와 선제적 고용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두 지역의 공통 과제는 원하청 이중구조에 따른 충격 전가다. 원청 기업의 공장 가동 중단이나 하청업체 교체, 최저가 입찰제 등이 협력업체의 신규 채용 중단, 직무 재배치, 고용승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숙련 인력 문제도 복합적이다. 산업 위기로 신규 채용은 위축되고 기존 인력은 이탈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숙련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석유화학산업의 고용 위기를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위기의 외주화, 숙련 미스매치, 특정 직무 수요 증가 등이 나타나는 복합적 위기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지역별 차별화된 산업·일자리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산단 기반의 직무·숙련 재설계와 지역 중심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미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기업과 노동계, 지방정부, 교육훈련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기반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산업·일자리·숙련 전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지역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를 통해 고용 위기에 선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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