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가 태국의 거센 추격을 끝내 버티고 아세안 현대컵 2026 정상에 다시 섰다. 특히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상대 자책골 두 번에 힘입어 균형을 맞춘 가운데 1차전 방콕 원정에서 벌어둔 두 골이 우승컵의 주인을 갈랐다.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은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사상 첫 대회 2연패와 통산 네 번째 동남아 정상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베트남 매체를 종합하면 베트남은 26일(현지 시각) 하노이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아세안 현대컵 2026 결승 2차전에서 2-2로 비긴 가운데 1·2차전 합계 4-2로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22일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2-0으로 이긴 베트남은 홈 2차전에서 한 골 차로 패해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방콕에서 벌어둔 두 골, 하노이의 흔들림을 버티게 했다
결승 2차전의 초반 흐름은 태국이 먼저 가져갔다. 태국은 전반 12분 요차콘 부라파가 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 실점 뒤 베트남은 압박감 속에서 역습 기회를 노렸다. 태국은 세크산 라트리의 중거리 슈팅 등을 앞세워 꾸준히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전 경기 초반에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면도 나왔다. 후반 47분 팜 쑤언 마인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카카나 캄욕에게 반칙을 범하며 태국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카카나가 이를 성공했다면 합계 점수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슈팅은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이어 후반 52분 교체 투입됐던 판 뚜언 따이가 올린 공을 도 호앙 헨이 한 번에 슈팅했고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어 공은 태국 골키퍼 차차이 부드프롬의 발에 맞은 뒤 골문 안으로 흘러 들어가며 자책골을 기록했다. 베트남은 1-1을 만들며 합계 두 골 차 리드를 되찾았다.
태국은 경기 막판 다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후반 85분 교체로 들어간 완차이가 쯔엉 띠엔 아인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득점해 스코어를 2-1로 만들었다. 이때 합계 점수는 베트남의 3-2 리드였고 태국이 한 골만 더 넣으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반전은 추가시간에 나왔다. 태국이 동점골을 향해 전력을 쏟던 순간 완차이는 쑤언 손을 향한 공을 걷어내려다 자기 골문으로 차 태국의 두 번째 자책골을 기록했다. 결국 베트남은 2-2 동점을 만들었고 미딘 스타디움은 크게 요동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베트남은 2008년, 2018년, 2024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로 동남아 최상위 대회인 아세안 현대컵 우승을 차지했다.
“오늘만은 축구의 왕”…우승의 밤이었지만 팬심은 갈렸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연속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이렇게 계속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선 세 번은 나와 선수들이 원정에서 우승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홈에서 우승했다. 매우 기쁘지만 오늘 어떻게 집에 갈지 모르겠다. 모두가 축하하러 나왔기 때문에 교통 체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도 내놨다. 김 감독은 베트남이 전반에 공격보다 수비에 더 무게를 두면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태국의 선제골과 후반 초반 페널티킥 장면으로 어려운 흐름이 이어졌지만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로 동점을 만든 뒤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우승 직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을 정도로 큰 압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자신을 두고 “지금 베트남 축구의 왕은 상식”이라고 농담한 일을 언급하며 “오늘 하루만은 나를 축구의 왕이라고 선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팬들의 반응은 우승의 기쁨과 경기력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김 감독이 중요한 순간마다 베트남 대표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을 두고 ‘흑마술’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극적인 우승 과정을 반겼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베트남의 대회 2연패를 이끈 한국 김상식 감독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김 감독의 연속 우승 행보에 주목한 반응도 나왔다. 다른 이용자는 “김상식은 진짜 승리를 부르는 손인지 2연속 우승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날 베트남이 1-2로 끌려가다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자책골로 2-2를 만든 장면을 두고 한 누리꾼은 “25경기 무패 행진이 끝나기 직전에 상대 자책골로 26경기 무패가 됐다”며 “진짜 김상식의 흑마술이 맞다. 전에는 안 믿었는데 이제는 믿는다”고 반응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경기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태국이 네 골을 넣었지만 두 골은 베트남 자책골이 됐다고 말하며 “모든 골은 태국이 넣었지만 베트남이 우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태국이 페널티킥을 넣었다면 컵은 태국으로 갔을 것”이라며 2차전 내용만 놓고는 태국이 더 나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 누리꾼은 “우승했지만 왜 기쁘지 않은지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화려한 득점은 없고 자책골과 운이 섞인 경기였다”고 적었다. 일부 팬은 베트남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음에도 실수가 많았고 공격 전개가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우승이 확정된 뒤 베트남 여러 도시들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손에 들거나 몸에 두른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베트남 보딕”, “베트남 꼬렌” 등을 외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곳곳에서는 베트남 대표팀을 상징하는 붉은색 폭죽이 터졌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 부부젤라, 북, 냄비, 프라이팬 소리가 뒤섞이며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경기가 열린 하노이를 비롯해 호찌민과 다낭 등 주요 대도시 도로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인파와 오토바이로 가득 찼다. 차량이 좀처럼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정체 속에서도 운전자들은 베트남의 국민적 승전가·응원가인 ‘큰 승리의 기쁜 날, 호 아저씨가 함께 계신 것 같네’의 후렴 “베트남∼ 호찌민∼ 베트남∼ 호찌민∼”을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금성홍기의 물결 사이에서는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팬들도 보였고 베트남을 동남아 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김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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