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적인 여름 풍경을 넘어 국가적 재난의 양상을 띠고 있다. 온열 질환자에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98%가 가정에 에어컨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득격차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주요 지자체 저소득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에어컨 보유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저소득층 3가구 중 1가구 이상은 매년 온열 질환을 겪는다. 폭염이 사회적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서울시 자치구별 녹지면적 및 지표면 온도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녹지면적이 1.3㎢로 서울에서 가장 적은 동대문구의 지표면 온도는 43도까지 치솟은 반면, 녹지면적이 19.6㎢에 달하는 서초구는 37.8도에 머물렀다. 당연한 얘기지만 온열질환자 역시 대부분 동대문구에서 발생했다. 낮 동안 한껏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냉방기기 사용 중 배출된 열은 밤새 내려갈 줄 모른다. '도시열섬 현상'의 실체다.
전국으로 눈을 넓혀보자.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주택 공급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밀려 녹지를 침범하고 해체해왔다. 신도시가 새로 조성되고 초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두 배 이상의 녹지가 사라진다.
녹지를 보호하기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1971년 제도 도입 이후 총 5397㎢가 지정됐다. 하지만 집값 안정, 주택 공급, 국가 산업단지 조성 등을 이유로 약 30%가 해제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 7개 중소도시권 781㎢에 해당하는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고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립 목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 인근의 그린벨트 654㎢를 해체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보금자리주택 부지를 확보하겠다며 서울 강남권 등 88㎢의 그린벨트를 없앴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도 매년 10~20㎢의 녹지가 사라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녹지 파괴의 주범이다.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을 확충한다는 명목하에 전국의 유수한 산림과 울창한 숲이 잘려 나가고 임야가 훼손됐다. 자연 생태계와 녹지가 가진 기후 조절 능력을 훼손하며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길을 택한 셈이다.
지자체별로 훼손된 숲을 살리자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심지역이다. 개발일변도식 정책만 되풀이되고 있다. 주택 공급 역시 장기적인 계획과 대책에 의해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 급등할 때마다 공급을 늘리는 식의 땜질 처방에 그치고 있다.
심각한 정책적 착오이자 국가 근간의 원칙을 잊은 처사다. 폭염 대책은 쉼터를 몇 곳 늘리거나 물포차(살수차)를 동원하는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으로 해결될 수 없다. 범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국가 기후 적응 대책이 절실하다.
대책의 핵심은 ‘녹지 보존과 확충’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및 도심 공원 녹지의 엄격한 보호, 도심 내 대규모 숲 조성,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산림 훼손 원천 금지 등이 법제화되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남겨주어야 할 가장 위대한 자산은 잘 정비된 콘크리트 빌딩이나 일시적인 에너지 시설이 아니라, 스스로 숨 쉬며 온도를 낮추는 푸른 녹지 그 자체다. 녹지를 녹지대로 고스란히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에 미래 세대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가장 깊은 혜안이자 국정 운영의 기본적인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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