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 질서…예금·대출 곳곳서 '금리 역전'

  • 은행 12곳, 낮은 신용점수 구간서 오히려 저금리

  • 주담대 규제에 장기예금 금리 매력도 약화

  • 비대면 대출 현장서는 '선착순'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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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신용점수가 높으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 예금 기간이 길수록 높은 금리를 받던 금융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포용금융 정책 등으로 금융사의 대출·자금 운용 방식이 달라지면서 금융상품 곳곳에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8개 은행 가운데 12곳에서 지난 6월 취급한 가계대출의 신용점수가 낮은 구간에서 오히려 평균금리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600점 이하 차주의 평균금리가 5.47%로 801~850점 차주의 평균금리 6.07%보다 0.60%포인트 낮았다. 통상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캐피털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한 캐피털사 12곳 가운데 5곳에서 신용점수가 더 낮은 구간의 평균금리가 낮았다. 롯데캐피탈의 400점대 차주 평균금리는 11.30%로 800점대 평균금리 12.54%보다 1.24%포인트 낮았다.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과 중금리대출 확대, 금융사별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뿐 아니라 은행의 자금 조달에서도 기존 공식이 깨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상품은 3년 만기보다 1년 만기 최고 금리가 더 높았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1년 만기 상품 금리가 3년 만기보다 0.8%포인트 높았다.

통상 예금은 돈을 오래 맡길수록 높은 금리를 주지만 최근에는 장기 자금의 대표적인 운용처인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규제로 제약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장기 대출을 충분히 늘리기 어려운 만큼 은행이 높은 금리를 지급하면서까지 장기 예금을 확보할 유인도 줄어든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논리대로라면 장기 예금일수록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지만 은행으로서는 장기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주담대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만큼 장기 예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유인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강화되면서 조건이 비슷한 차주라도 대출을 신청하는 시점에 따라 문턱이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사가 연간 대출 증가 목표를 맞추는 과정에서 남은 한도에 따라 대출 취급 여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거나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오전 6시 주담대 접수를 시작하면 일일 한도가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선착순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건이 같은 차주라도 언제 대출을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대출도 운에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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