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나고야 AG] 국가 잘못 틀고 버스는 안 오고…나고야 아시안게임의 난맥상

  • 히데요시 분장에 국가 착오까지…조직위, 사과하면서 숙박·식사 논란엔 반박

  • 선수촌 포기·길 모르는 운전기사…대행사 부재 속 현장 조정도 삐걱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메인미디어센터 앞 셔틀버스 정류장사진연합뉴스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메인미디어센터 앞 셔틀버스 정류장[사진=연합뉴스]



"일본에서 치르는 대회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일본 현지 언론이 전한 대회 운영 관계자들의 탄식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운영 차질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 하키 대표팀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왔고, 농구 대표팀을 훈련장으로 태워다 줄 버스는 끝내 오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제공된 식사는 양이 너무 적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논란은 개막 전부터 불거졌다. 15일 나고야항의 선수 숙소용 크루즈선 입항 행사에 나고야 출신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공연자가 등장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을 행사에 내세운 데 대해 한국 측은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조직위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보냈다.

선수단 환영식도 말썽이었다. 개막 전날인 18일 나고야항에서 북한과 인도 등 6개 국가·지역 선수단을 맞이하는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시작이 늦어지자 기다리던 선수들 일부가 자리를 떴다. 행사는 결국 정해진 시각보다 1시간 반 늦게 시작됐다. 대회 조직위원회 담당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이사회가 길어져 행사 시작을 위한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남자하키 한국·방글라데시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왔다. 이튿날 여자핸드볼 한국·홍콩 경기에서는 양측 국가가 모두 연주되지 않았다. 버스도 가관이었다. 앞서 15일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을 태운 버스는 경기장 대신 인근 야구장으로 가는 바람에 경기장에 30분 늦게 도착했고, 20일에는 남자농구 대표팀이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훈련장행 버스가 오지 않아 오전 훈련을 취소했다.

잠자리도 불편했다.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크루즈선과 컨테이너형 숙소 등에 나눠 묵었다. 16일에는 태국 세팍타크로 선수단의 이름이 크루즈선 숙박자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아 객실 입실이 지연됐다. 컨테이너형 숙소는 비좁았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체격이 큰 선수 세 명이 한 방을 써야 했고, 이후 대한체육회가 마련한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

먹는 것도 불만거리였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태국 테크볼 대표팀 감독은 경기장에서 제공된 식사를 두고 "조금밖에 주지 않았다"며 "매일 채소만 먹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채소 요리를 하나 더 고르려다 배식 직원에게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며 제지당하기도 했다.

잇따른 운영 차질에 대해 대회 조직위원회는 22일 입장을 밝혔다. 한국 하키 경기의 국가 연주 사고를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실수"라고 인정하고, 현장 직원의 착오였다며 한국 측에 직접 사과하고 조직위원장 명의의 사과문도 보냈다고 밝혔다. 농구 대표팀의 훈련장행 버스가 오지 않은 것은 배차가 누락됐다고도 인정했다. 오미 다카아키 조직위 사무국 차장은 잇따른 차질의 대부분이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반면 크루즈선 입실 지연은 선수단이 제출한 자료를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크볼 경기장의 식사에 대해서도 조직위가 아닌 국제테크볼연맹이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23일 히데요시 분장 공연에 대한 한국 측 항의에 서한으로 해명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오미 차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나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무장의 고장인 나고야의 문화를 알리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매사 꼼꼼하게 준비하기로 이름난 일본에서 어쩌다 이런 기본적인 실수가 잇따랐을까. 먼저 숙소를 보자. 이번 대회 선수들은 선수촌 한곳이 아니라 크루즈선과 컨테이너형 숙소, 호텔 등에 나뉘어 묵는다. 조직위는 애초 선수촌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건설비 상승을 이유로 2023년 계획을 접었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당시 선수촌 건설비가 유치 때 예상한 300억엔(약  2588억원)의 약 두 배가 될 것으로 봤다. 건설비를 아끼는 대신, 선수들이 숙소와 경기장을 오가는 경로는 그만큼 복잡해졌다.

숙소뿐 아니라 대회를 꾸려가는 방식도 달라졌다. 도쿄올림픽 입찰 담합 사건의 여파로 이번 대회가 대형 광고대행사에 기대기 어려워지자, 그 빈자리는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메웠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조직위에 합류한 공무원은 1600명이 넘었고, 이들이 경기장과 숙박시설 운영 등도 맡았다. 나고야시의 한 담당 과장은 스포츠와 무관한 복지 업무를 20년 동안 해오다가 2022년부터 대회 업무를 맡았다. 한 경기단체 관계자는 "역시 대형 대행사의 노하우 없이 이런 큰 대회를 치르기는 어렵다"며 씁쓸해했다.

공무원 중심의 조직위는 민간 업체와 호흡을 맞추는 데도 애를 먹었다. 프랑스 행사 기업 GL events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장 설계·설치와 출입 관리, 시상식 등을 맡았다. 한 대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문제점을 짚어도 업체 측이 "거긴 우리 담당"이라며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부 업체와의 조율만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조직위 자체도 짧은 기간에 몸집이 급격히 불어났다. 고지마 게이 조직위 사무국장은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지역 신문 인터뷰에서 30명가량으로 출발한 조직이 약 2500명으로 늘었고, 대회가 다가오면 4000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와 정부, 민간기업 등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직원들이 함께 일하다 보니 부서 간 소통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마 실수도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 걱정은 한 달여 만에 현실이 됐다.

셔틀버스가 대표적이다. 도쿄스포츠에 따르면 21일 배구 경기를 취재한 기자들이 탈 버스가 예정된 시각에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 경기장 관계자는 운전기사를 전국에서 모으다 보니 나고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운행 계획을 전달해도 "길을 모르겠다"는 답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축구대표팀 버스가 경기장 대신 야구장으로 간 것도 운전기사가 경기장 위치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었다.

잇따른 운영 차질의 여파가 이번 대회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스포츠에 따르면 한 올림픽 종목 경기단체 관계자는 "사전 준비와 계획이 허술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일본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올림픽·축구 월드컵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안게임은 다음 달 4일까지 이어지고, 같은 달 18일부터는 아이치현 일대에서 아시아패러게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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