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있으니 주 52시간 유지?…산업계 "탁상행정"

  • 근로자 개별 동의, 정부 인가 등 절차 부담 상당

  • 신청 대상 업종도 제한적…현실은 '숨은 야근' 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특별법에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두고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이미 있다고 강조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탁상행정'에 가깝다며 비판한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특례를 두고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영훈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실상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완화)과 같은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4건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있는 제도도 쓰지 않으면서 별도의 주 52시간제 완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해석된다.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에게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의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활용하면 실질적으로 주 52시간제의 예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장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 52시간이라는 규제가 엄연한 상황에서 근로자의 자발적인 연장근로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자 개별 동의와 정부 인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절차적 부담 때문에 제도 활용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가 요건이 재해, 국가비상사태, 갑작스러운 설비 고장, 업무량 폭증 등으로 매우 까다롭고 사후 검증까지 거쳐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필요함에도 복잡한 절차 탓에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기업보다 행정 인력이 부족한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복잡한 서류 작업 때문에 신청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로봇 등 최근 주목받는 신산업은 아예 특별연장근로 신청 대상 업종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합법적으로 일할 방법이 막히다 보니 현장에서는 오히려 법을 어기는 '숨은 야근'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컴퓨터를 끄고 일하거나 퇴근한 뒤 자택에서 잔여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동자는 일한 만큼 보상도 받지 못하고 무방비로 과로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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