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8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대출의 허술한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고객의 원리금 상환을 외부 플랫폼을 통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외부인 사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지만, 정산금 미입금과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계약을 맺고 비대면 대출을 취급했다. A사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기업은행은 대출금을 직접 집행하면서도 차주들이 갚은 원리금은 B사가 지정한 계좌를 거쳐 사후 정산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금융사고는 B사가 이같은 상환 구조를 악용하면서 발생했다. B사는 고객에게 조기상환이나 이자 감면 등을 내세워 지정 계좌로 돈을 받았다. 이후 금융사에는 상환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정보를 보냈지만 실제 돈은 보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객은 돈을 갚고도 미상환·연체자로 처리되는 피해를 봤고, 금융사도 상환금을 받지 못했다.
특히 기업은행이 사고를 인지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보고서상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난 올 6월 24일 처음 인지했다. 이마저도 실제 입금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고객 민원이 증가하면서 사고를 인지했다. 이후 6월 25일 플랫폼사와 담보회사 사무실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했고, 6월 26일 현지 금융당국에 구두보고했다.
본점에는 6월 30일 처음 보고했고 금융감독원에는 7월 1일 유선으로 최초 보고했다. 서면 보고는 7월 10일 이뤄졌다.
문제는 사고 규모가 상당한데도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액과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이번 금융사고 규모가 833억76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사고 인지 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 사고 금액과 회수액, 손실 예상액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현재 해외기관에서 관련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으로 현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 추진 예정"이라며 "내부통제 절차를 지속 점검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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