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듈러 주택을 앞세워 'AI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 개별 가전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가전과 인공지능(AI), 냉난방공조(HVAC), 에너지 관리 등을 주거 공간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가전업계의 경쟁 무대가 제품에서 '집'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모듈러 주택을 활용한 AI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했고, LG전자는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의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벽·천장·바닥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 방식이다. 현장 공사와 공장 제작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통상 2년가량 걸리는 공사기간을 약 1년6개월로 30% 단축할 수 있다.
삼성은 AI홈 '유통채널' 확보…LG는 집 '직접 판매'
삼성 AI 모듈러 홈은 주택 제작 단계부터 삼성전자의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기반 AI홈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공간제작소가 주택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에어컨·히트펌프·냉장고·TV 등 가전과 스마트 기기를 함께 설치한다.
삼성전자는 직접 주택을 판매하기보다는 모듈러 주택을 자사 AI홈 솔루션의 새로운 공급처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향후 철근콘크리트 모듈러와 공동주택, 빌딩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3년 뒤 삼성 가전이 탑재된 모듈러 주택을 누적 1만호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주거 공간 자체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스마트코티지는 AI 가전과 HVAC, 에너지 관리 솔루션 등을 결합한 모듈러 주택으로, 현재 8평부터 24평까지 총 8종으로 구성됐다. 디자인과 설계부터 생산·품질 검수까지 LG전자가 맡는다.
판매 방식도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했다. LG전자는 이달 CJ온스타일을 통해 국내 최초로 모듈러 주택 홈쇼핑 판매에 나섰다. 지난 5일 진행한 모바일 라이브 방송에서는 최대 동시접속자가 5만명을 넘어섰고 수백건의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커지는 모듈러 시장'…정부도 2만가구 발주
삼성·LG가 사업 확대에 나선 가운데 모듈러 주택 시장의 성장 기반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2027~203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기존 1만2000가구에서 2만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평균 발주량은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67% 늘어난다.
모듈러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국내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이 지난해 6074억원에서 2030년 1조~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 인건비 상승과 현장 인력 부족, 공사기간 단축 수요가 맞물리면서 공장에서 주택을 생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모듈러 주택의 공사비는 기존 현장 시공 방식보다 약 30% 비싸고 가구당 약 7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추가 공사비의 약 50%를 재정으로 지원하고 공공 발주 확대를 통해 대량생산에 따른 단가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가전에서 '공간'으로…삼성·LG, AI홈 주도권 경쟁
가전업계가 모듈러 주택에 주목하는 이유는 주택을 만드는 단계부터 자사 제품과 플랫폼을 넣을 수 있어서다. 기존에는 주택이 완성된 뒤 소비자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개별 구매했다면 모듈러 주택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가전·사물인터넷(IoT)·HVAC·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상하고 있는 AI홈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입주 단계부터 자사 플랫폼을 주택의 기본 인프라로 구축하면 개별 가전 판매를 넘어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할 수 있다. 주택과 가전 모두 교체 주기가 길다는 점에서 장기간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2024년 SM엔터테인먼트의 강원도 연수원에 스마트코티지를 공급한 바 있다. 호텔·리조트·연수원·직원 숙소·실버타운 등으로 모듈러 건축이 확대될 경우 AI홈 솔루션의 공급처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이 '집의 제품화'를 앞당기면서 삼성과 LG의 가전 경쟁 역시 제품에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가전 한 대를 판매하던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 전체를 자사 AI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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