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이 장기간 지켜온 지방자치단체 금고 시장에 시중은행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인천시와 경북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 연간 재정 규모가 총 57조원에 달하는 광역자치단체의 금고 선정이 잇따르면서 은행권의 ‘금고지기’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차기 시금고 지정 신청서와 제안서를 접수한다. 9월 중 심의를 거쳐 우선지정 대상자를 선정한다. 새 금고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재정을 관리한다.
인천시금고가 관리하는 연간 재정은 약 17조원이다. 현재 제1금고는 신한은행, 제2금고는 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20년 가까이 제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과 오는 9월 인천 청라로 그룹 본사를 이전하는 하나은행의 맞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설명회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모두 참석했다.
경북도에서는 KB국민은행이 기존 양강 구도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12∼13일 진행된 금고 지정 제안서 접수에는 현재 금고를 운영하는 농협은행과 iM뱅크 외에 국민은행이 처음으로 참여했다. 연간 15조원 규모인 경북도금고는 2007년 공개경쟁 도입 이후 농협은행과 iM뱅크가 각각 제1·2금고를 계속 맡아 왔다.
이르면 다음 달 공모에 들어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전남도와 광주시 예산에 정부 통합지원금 등을 더한 연간 재정 규모가 약 25조원으로, 올해 하반기 금고 선정에 나선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 5월에는 특별시 출범 이후 올해 말까지 6개월간 금고를 맡길 운영기관을 제한경쟁 방식으로 선정했다. 이번에는 2027년부터 4년간 재정을 관리할 정식 금고를 공개경쟁으로 뽑는다. 현재 제1금고인 농협은행과 제2금고인 광주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에도 참여 기회가 열렸다.
금리 경쟁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달 금고 지정·운영 조례를 제정하면서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금리 배점을 기존 3점에서 8점으로 높였다. 지역 영업 기반뿐 아니라 은행의 자금력과 금리 조건이 금고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은행들이 지방금고 확보에 나서는 것은 지자체의 세입·세출과 기금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무원과 산하기관, 지역 사업자 거래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표은행이라는 상징성과 지방 영업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지방금고는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의 영향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대형 시중은행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 영업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금고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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