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은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경장은 지난 5월 실종 신고된 장미란씨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신고자에게 거짓말하고 사건을 자체 종결한 뒤 경찰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대상에서도 장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사건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두 실종자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권력기관이다. 112 신고부터 현장 출동,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 사건 송치와 불송치 판단까지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처음 마주치는 대부분의 과정에 경찰이 있다.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될수록 경찰의 수사 판단이 갖는 무게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 문제였다면 경찰권의 확대 역시 똑같은 잣대로 경계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면 위험하고 경찰이 행사하면 안전하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관의 간판이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권력’ 그 자체다.
경찰의 '셀프 감찰'만으로도 부족하다. 경찰이 수사하고 경찰이 종결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경찰이 감찰하는 구조만으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수사권이 커지는 만큼 경찰 조직 외부에서 사건 처리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립적인 통제장치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
시민사회가 강조해 온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와 경찰수사심의위원회 법제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한 외부 통제가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고, 경찰수사심의위원회 역시 단순한 자문·권고기구를 넘어 실효성을 갖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여당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검찰의 힘을 빼는 데 집중한 나머지 그 권한을 넘겨받는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개혁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개혁이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첫 단계였다면 분산된 권한이 다시 새로운 권력이 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여야 한다. 또한 경찰뿐 아니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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