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저케이블 부설선 조달 지원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이용 확대 등으로 데이터 통신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제 통신의 99%를 담당하는 해저케이블 설치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기업이 보유한 부설선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하고 노후화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부상도 두드러진다. 일본 정부는 이번 지원으로 케이블 제조뿐 아니라 설치·복구에서도 해외 의존도를 낮춰 통신망의 자립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총무성이 해저케이블 부설선 구입 지원을 위해 2027회계연도 예산에서 1000억엔(약 8723억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1000억엔은 목표액으로, 실제 지원 규모는 연말까지 재무성과의 예산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부설선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무성은 부설선 구입비의 절반 가량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부설선 한 척을 구입하는 데 400억엔 이상이 들며, 엔화 약세와 자재비 상승으로 조달 비용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정부는 2027회계연도에 우선 부설선 3∼5척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만 주변과 발트해에서는 케이블 장애가 잇따랐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재해도 위협 요인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는 일본 주변 해저케이블이 끊어지는 피해도 발생했다. 그동안 기금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의 지방 설치를 지원해 온 일본 정부가 부설선 구입비까지 지원하기로 한 배경이다.
세계 해저케이블 제조 시장에서는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가 약 40%로 1위이고, 미국 서브콤이 30%, 일본 NEC가 20%로 뒤를 잇는다. 중국 화하이통신기술(HMN테크놀로지스)도 10%에 못 미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한때 화웨이 산하에 있었다. 세계 3위인 NEC는 기술 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자체 부설선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실제 부설은 일본 통신업체 NTT와 KDDI 계열사가 맡고 있으며 해외 기업의 선박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가 부상한 데다 구글과 메타 등 미국 빅테크도 직접 해저케이블을 설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저케이블이 육지 통신망과 연결되는 '육양국'도 분산하고 있다. 현재 육양국은 통신 수요가 많은 도쿄·오사카와 가까운 지바현 미나미보소시와 미에현 시마시에 집중돼 있다. 데이터 전송 지연을 줄이는 데는 유리하지만 재해나 고의적인 절단이 일어나면 통신이 동시에 끊길 위험도 크다. 정부는 지난해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시와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의 육양국 증설 사업자로 소프트뱅크를 선정했다.
정보통신은 다카이치 정권이 내건 17개 전략 분야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2040회계연도까지 해저케이블에 민관 합쳐 2조4000억엔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본 기업의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 점유율도 2030년까지 현재보다 15% 포인트 높은 3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케이블 제조부터 부설선 확보, 육양국 분산까지 추진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해저 통신망의 경쟁력과 자립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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