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백이 오라 그래"...사관학교 첫 공청회 '파행'

  • 방청 예비역들 반발

  • 연단서 "질의응답 늘려달라" 고성

  • 창설 반대 패널 소개 땐 함성·박수

  • 찬성측 "합동성 강화에 큰 도움"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생수병을 들고 다가서다 저지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생수병을 들고 다가가다 저지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규백이(안규백 국방부 장관) 오라 그래.”
 
국방부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공청회’가 반대하는 쪽의 조롱과 욕설, 고함 등으로 인해 난장판이 됐다.
 
공청회가 국방홍보원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상황에서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번 공청회는 총동창회가 아닌 국민을 위한 공청회”라며 자제를 당부했지만 파행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국방부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지난 7월 공개한 뒤 후속 의견 수렴을 추진해 왔다. 기본 계획 발표 후 첫 번째 공청회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 예비역 대령은 창설 공청회가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연단에 올라 “국방부가 준비한 자료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니 생략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려 달라”며 고성을 질렀다. 국방부 관계자와 사회자가 “질의응답 시간이 100분 마련됐다”며 거듭 자제를 요청했지만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육·해·공사 총동창회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규백이 오라 그래”라고 외치며 이날 불참한 안 장관에게 공청회 참석을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뚜껑이 열린 생수병을 들고 발표 중인 김 실장에게 다가가다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했다. 

공청회는 김 실장의 환영사와 정책 설명에 이어 전문가 토론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김 실장은 “오늘 자리는 국방부가 준비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국방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첨단 과학기술이 전쟁의 양상과 군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 김 실장은 “미래를 이끌어갈 장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국방교육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철일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회가 이어졌다. 사관학교 통합 찬성 패널로는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교수와 두진호 한국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진호영 전 국방개혁자문위원(예비역 공군 준장)이 참석했다. 반대 패널은 육·해·공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추천한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 김세진 예비역 육군 소령이 맡았다.
 
선착순으로 신청한 방청객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자가 사관학교 통합 반대 패널을 한 명씩 소개할 때마다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공청회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대전시 자운대에 각 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4년 학부제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2학년 때는 통합교육을 실시하되 3·4학년 땐 군별 심화 전문 교육을 이수할 수 있게 하겠다는 틀이다.
 
찬성 측은 사관학교를 통합하게 되면 생도들이 입학 단계부터 각 군의 전술과 무기체계를 익힐 수 있어 추후 합동성 강화에 필요한 소양을 익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출생률 급감과 사관학교 지원율 저하 등을 고려해 지금이라도 군사 교육 인프라를 통합해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각 군의 전문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교육을 실시하면 오히려 합동 작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했다. 
 
최영진 교수는 “한국국방연구원이 2024년 실시한 사관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25.2%에 그쳤다. 반면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수도권 대학 만족도는 74.1%였다”며 교육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세진 예비역 육군 소령은 “‘2040년 미래 군 구조와 군별 장교 소요는 얼마인가’ ‘통합하면 합동성이 향상된다는 실증적 근거가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 정부가 답하기 전까지는 입법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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