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코너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연애 예능·리얼리티에 드러난 장면과 선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심리와 관계 구조를 해석합니다.
"이런 남편이면 너무 좋겠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33기 영자는 영식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이렇게 말했다. 영자와 같은 종교를 가진 영식은 차 문을 열어주고 수저와 물을 챙기는 등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영자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배우자의 조건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인터뷰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 좋은 분인데 더 알고 싶은 마음은 안 생겼다", "그냥 끌리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한 세 남자를 두고도 "심장이 안 뛰었다"고 표현했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아서."
영자는 자기소개에서 지금까지 연애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의 꿈은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자녀도 셋 정도 낳고 싶다고 했다. 육아에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친정에서 멀리 떨어지는 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남편의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묻자 "저도 가야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너무 사랑하면 따라가겠지만, 따라가면 바가지를 많이 긁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주말 부부' 의향에 대해서는 주변 친구의 사례를 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가족을 갖고 싶은 마음은 분명하지만, 가족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는 일에는 주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연애와 결혼은 조율이다. 서로 다른 직장과 거주지, 부모, 종교, 돈, 생활습관을 가진 두 사람이 기존의 삶 일부를 움직여 새로운 생활을 만든다. 영자가 그린 미래에서는 아이와 부모, 현재 생활권은 뚜렷한 반면 배우자와 함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흐릿하다.
영자는 혼자서도 잘 살아왔다. 주변 관계도 풍부하다. 어머니와 여행을 다니고, 아침에는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 "교회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할 정도로 종교 공동체 역시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에게 연애는 이미 잘 굴러가는 생활 안으로 새로운 사람을 들이는 일이다. 결혼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자신도 익숙한 일상을 조금씩 해체해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영자는 자신의 생활 경계를 강하게 지키는 사람일 뿐일까. 부모에 관해 털어놓은 이야기를 함께 놓으면, 조금 다른 그림이 보인다.
영자는 부모가 종교 차이로 많이 싸웠고, 아버지를 전도하는 일은 '평생의 숙제'였다고 표현했다. 영자와 어머니는 교회를 함께 다녔지만, 아버지는 그 바깥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영자에겐 아버지가 일정 부분 밖에 있는 모습도 익숙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경험해온 가족의 형태. 어머니와 아이들은 일상을 공유하고, 아버지는 다른 곳에 있으면서도 가족으로 존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영자는 아버지가 교회에 왔던 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 부분에선 영자의 결핍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자신이 같은 정서적 세계 안에 있다는 확신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영자와 어머니는 교회 안에 있었고, 아버지는 바깥에 있었다. 그 차이는 부모가 반복해서 싸우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린 영자에게 종교는 신앙이자 엄마와 아빠를 갈라놓는 경계였을 수 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교회에 왔다. 자신과 어머니, 아버지가 같은 곳에 있었다. 그 기억을 꺼낸 영자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눈물을 흘렸다는 건, 그 순간이 강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평소 아버지가 자신과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익숙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온 순간 감정이 크게 움직였다. 거리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 거리가 좁혀진 순간은 특별했던 것이다.
가장 감동적인 기억에서는 아버지가 영자 쪽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결혼 이야기에서는 자신이 남편 쪽으로 움직여야 할 가능성이 나오자 "저도 가야 되나요?"라고 묻는다. 사랑한다면 따라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선택으로 상대에게 불만을 느낄 가능성까지 미리 떠올린다.
배우자와의 거리는 견딜 수 있다. 어쩌면 익숙할 수도 있다. 그 거리를 유지하면 이미 구축한 어머니와 가족, 교회 중심의 생활도 흔들리지 않는다. 친밀함도 얻고, 내 생활도 지킬 수 있다.
영자는 중요한 조건으로 '같은 종교'를 강조하면서도, 그 조건을 충족했다고 끌림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자가 "신앙을 존중해주면 괜찮다", "교회를 안 다녀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한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자의 가족사에서 강한 감정을 불러낸 남성의 모습도 처음부터 같은 세계 안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자의 연애에서 중요한 건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지'만은 아닐지 모른다. 누군가가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는 장면을 꿈꾸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도 그 사람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좋은 가정을 꿈꾸는 영자에게 남은 이야기도 그 사이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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